“여기는 모텔, 저기는 집창촌……. 청소년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어요?”
청주시가 야심차게 조성한 청소년광장이 여전히 유해환경 논란을 빚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2가 옛 중앙극장 자리에 위치한 청소년광장은 2010년 4월 조성됐다. 2556㎡(775평) 부지에 70억원을 들여 야외공연을 위한 무대가 설치된 다목적 광장이다.
청소년광장은 조성 당시부터 반경 300m 이내에 580여개 점포 중 61%에 해당하는 356개소가 숙박업 및 음식업종 등의 서비스업으로 청소년 유해환경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인근에는 여전히 여관과 노래방, 카페, 중년나이트클럽은 물론 집창촌이 즐비하다.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만 한 곳이라고는 안경점, 교복 전문점, 편의점, 약국, 도매문구점, 헌책방 등 고작 14개 업종 56개 점포로 전체 대비 10%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소상공인진흥원 상권분석시스템 결과와도 일치한다. 총 조사점포 705개중 도소매업 189개(27%), 숙박 및 음식업 165개(23%), 서비스업 281개(40%), 기타 70개(10%)로 숙박 및 음식업종은 전년도에 비해 다소 감소했지만 서비스업은 8% 증가했다. 음식업종에는 호프집, 커피숍, 다방 등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청소년광장을 둘러싼 유해환경 논란이 끊이질 않자 청주시는 당시 조례정비를 통해서라도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주변 환경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인근 주민들의 말이다. 청주시가 이제 와서는 현행법상 청소년 유해 업소의 입점을 제한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방관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지적이다. 다만 시는 보상비 55억원과 공사비 33억원을 포함해 총 88억원을 들여 진행하고 있는 구청주역사 복원계획에 인근 집창촌을 매입해 없애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을 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찾을 수 있는 청소년광장을 조성하기 위해선 상가 건물주와 청주시의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시는 예산이 더 들어 가더라도 문화공간을 확충하고 나아가 주변 건물주들이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업종을 유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청소년광장 주변의 유해환경 정비는 도심 재개발 사업과 병행해 개선해야 할 사업”이라며 “지난해 충북도의 청소년 문화존 모니터링 평가에서 5점 만점에 4.7점을 받는 등 청소년광장 활성화에는 도움이 됐다. 하지만 주변환경 개선은 미흡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권순택 청주중앙로 차없는거리 상인회장은 “본래 중앙로는 중년의 거리로 청소년광장 컨셉으로는 맞지 않았다”며 “지난해 초 중년나이트클럽이 문을 닫고 일부 건물주들이 청소년 유해시설 입점을 자제하면서 변모하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충북도학원연합회 관계자는 “자라 나는 청소년 세대는 보고 배우는 것이 전부”라며 “다양한 체험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시가 상가 주인들과 협의해 시간을 두고 유해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경철수 기자 cskyung74@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