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겟돈, 딥 임팩트. 몇해 전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로 이들 영화는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을 주제로 하고 있다. 영화 속, 아니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던 지구의 소행성 충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현 세대가 살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 과학의 발전 정도를 생각할 때 그 확률은 너무나도 미미한 수준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아는 것이 병이라고 했던가. NA SA를 비롯한 한국천문연구원 등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기관들의 능력치가 상승할수록 지구인들의 ‘하늘이 무너지는’ 수준의 걱정거리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9일 근지구 소행성 ‘아포피스’의 지구 근접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지구인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을 터. 이 근지구소행성 아포피스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과 또 다른 근지구소행성은 없는지를 알아본다.

◆아포피스, 9일 지구에 근접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필호)은 근지구소행성(NEA·Near Earth A stroid) ‘아포피스’(Apophis)가 한국시간으로 지난 9일 저녁 8시43분 지구로부터 약 1450만㎞(지구-태양 거리의 9.67%)까지 접근했다고 발표했다. 이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의 평균거리(약 38만㎞)의 약 38배에 해당하며, 앞으로 약 16년 후인 2029년 4월 전까지 이 천체가 지구와 가장 가까운 지점을 통과하는 사건이다.

아포피스는 이번 접근 이후 오는 2029년 4월 14일 오전 6시46분에 지구를 살짝 스치듯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이때 지표면과의 거리는 약 3만1600㎞가 될 전망이다. 이 고도는 천리안과 같은 정지위성 고도(3만5786㎞)보다 약 4000㎞ 낮은 수치로, 이 정도 규모의 소행성이 이처럼 지구에 가까이 접근하는 확률은 약 1000년에 한 번 꼴이라는 게 천문연의 설명이다.

 

   
 

◆‘아포피스’는 어떤 천체인가?

근지구 소행성 아포피스는 지난 2004년 6월 19일, 로이 A. 터커(Roy A. Tucker), 데이비드 J. 톨렌(David J. Tholen), 파브리지오 베르나르디(Fabrizio Bernardi) 등이 미국 국립광학천문대 산하 킷픽(Kitt Peak)천문대에서 처음 발견했다. 발견 직후 국제천문연맹(IAU·Int'l Astronomical Union) 산하 소행성센터(MPC·Minor Planet Center)는 곧 ‘2004 MN4’라는 임시이름을 붙였으며, 지난 20 05년 6월 24일 ‘99942’라는 고유번호를 부여했고 7월 19일에는 '아포피스'라는 고유이름이 정해졌다. 아포피스는 이집트 신화의 태양신 ‘라(Ra)’를 삼킨 거대한 뱀이며, 그 뱀으로 묘사된 파괴의 신 '아펩(Apep)’을 그리스어로 표기한 이름이다.

아포피스는 328.58일(0.9년) 주기로 태양을 공전하며, 궤도의 대부분이 지구궤도 안쪽에 포함된 아텐족(Atens) 소행성이다. 일반적으로 이들 아텐족은 지구에서 볼 때 항상 태양 근처에 머무르기 때문에 관측이 어렵다.

궤도는 이심률 0.19인 찌그러진 타원궤도이며, 타원 장축에 해당하는 궤도장반경은 0.922 천문단위, 지구공전궤도와 아포피스의 공전궤도가 이루는 사이각인 궤도경사각은 3.33도다. 크기는 270±60m, 자전주기는 30시간 24분(30.4시간)으로 알려졌으며, 그 표면은 LL 콘드라이트라고 불리는 규산염 광물로 덮여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 광물은 지표에서 흔히 발견되는 석질운석의 성분 가운데 하나다.

아포피스는 자전하면서 밝기가 변한다는 점을 볼 때 타원체 모양일 것으로 추측된다. 장축을 270m라 가정하면 서울 63빌딩보다는 20m 가량 길고, 인천 동북아트레이드타워보다 40m 정도 짧다. 이 소행성은 지구에 비해 질량이 약 1024배만큼 가볍기 때문에 우리는 아포피스 표면에서 거의 중력을 느끼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소행성 아포피스, 2036년 지구와 충돌?

아포피스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앞으로 지구와 여러 차례 만나게 될 전망이다. 태양과 지구 간 평균거리를 1AU라고 할 때 이 안쪽으로 아포피스가 근접하는 날은 오는 2029년까지 총 10회에 달할 것으로 계산됐다. 이 중 2029년 4월 14일 오전 6시46분에는 아포피스가 지구 정지위성 고도보다 낮은 지표로부터 3만1600㎞ 상공을 지나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 아포피스는 지구 중력에 의해 궤도가 변경될 수 있으며, 그 결과 2036년 지구에 접근하는 경로가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의 분석 결과 소행성 아포피스는 오는 2029년 4월 14일 접근할 때 지구 중력에 의해 궤도가 변경되고, 그 결과 2036년 4월 13일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천문학계의 설명이다.

천문학자들 뿐 아니라, UN 산하 ‘평화적 우주 이용을 위한 위원회’(COPUOS·Committee on the P eaceful Uses of Outer Space)에서도 아포피스의 향후 궤도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아포피스가 2036년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미항공우주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 측의 계산이다. JPL이 발표한 2036년 아포피스의 지구충돌 확률은 23만 3000분의 1 수준이고, 아포피스가 지구에 충돌하지 않을 확률은 99.99957%다. 이에 따라 지구인들은 아포피스와 지구 충돌 가능성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근지구소행성 9455개 달해

아포피스와 같이 지구에 근접하는 근지구소행성은 얼마나 될까? 근지구소행성(Near Earth Asteroi ds·NEAs)이란 궤도상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의 거리, 즉 근일점거리가 1.3AU보다 가까운 소행성을 말한다. 1AU는 지구-태양 간 평균거리로 약 1억5000만㎞에 해당한다. 근지구소행성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지구궤도와 만나거나 지구 가까이 접근하며 지구와 충돌위협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안정된 궤도를 돌다가 목성, 토성과 같은 행성들의 중력에 의해 궤도를 이탈해 근 지구공간으로 유입된다.

이달 7일 현재 국제천문연맹 산하 소행성센터에 등록된 근지구소행성은 9455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름이 1㎞보다 큰 것은 858개이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급 NEA는 모두 981±19개로 추산된다. 근지구소행성은 궤도의 특성에 따라 아텐(Atens)과 아폴로(Apollo), 아모르(Amors), 아티라(Atiras)와 같이 네 가지 종류로 나뉜다.

이 중 아텐과 아폴로는 지구와 궤도가 만나는데 이 가운데 아텐은 궤도의 대부분이 지구궤도 안쪽에 포함돼 있으며 아폴로는 궤도 대부분이 지구궤도 바깥쪽에 있다. 아모르는 그 궤도가 지구궤도와 만나지는 않지만 지구 근방까지 접근하는 소행성족이며, 아티라는 궤도 전체가 지구궤도 안쪽에 있는 소행성이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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