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의 피의자 신문에서 변호인 참여권이 법적으로 보장됐지만, 검찰이 처리하는 형사사건 가운데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변호사가 참여하는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를 보장해 피의자의 방어권 등을 보장하고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당초 취지에도 불구하고 있으나 마나 한 제도가 되고 있는 셈이다.
대전지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9월30일까지 검찰이 처리한 형사사건은 3만 4698건에 달했지만, 변호인이 실제 피의자 신문에 참여한 건수는 27건에 불과했다.
거의 모든 사건에서 피의자가 변호인 없이 혼자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으면서 수사기관에 비해 절대적 열세에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뜻이다.
제도가 법제화된 2008년 이후에도 2009년 전체 5만 9140건 중 단 27건, 2010년 5만 6686건 가운데 25건, 2011년 4만 8962건 중 22건 등 참여한 변호인은 거의 없었다.
이처럼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은 변호사들의 수임료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피의자 신문에 참여하면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하루종일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뿐더러 신문에 오래 참여했다고 의뢰인에게 별도의 비용을 청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참여하더라도 검사나 수사관의 신문 도중에 개입해 의뢰인에게 답변을 조언할 수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쉬는 시간에 잠깐씩 법률적 조언을 귀띔하거나 검사나 수사관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역할 정도가 전부라는 의미다. 피의자 심문에서 변호인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검찰과 변호사가 인식을 바꾸는 변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호인이 신문 과정에 참여하면 검찰이 작성하는 피의자 신문 조서의 증거능력이나 증명력이 재판 과정에서 별도로 다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인정될 수 있어 신속한 재판을 받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제도 활성화의 걸림돌로 꼽히는 낮은 수임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의자 단계에서도 국선변호인을 붙여주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 등 수많은 새내기 변호사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의 변호사는 “보통 7~8시간 걸리는 조사 시간 내내 피의자와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업무적이나 수익 면에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자신이 변호하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위해서라도 변호사들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지만, 법이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는 문제점 등도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