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타워’ 포스터.

'아무리 강력한 화염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시원한 물가에 나를 눕혀주고/ 내 형제에게 이 말을 전해주오/ 화재는 완전히 진압되었다고…….'

'어느 소방관의 기도'중 일부다. 최근 소방관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타워'와 '반창꼬'가 인기를 얻으면서 스크린 밖 실제 소방공무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두 영화 모두 마지막 부분에서 소방관의 '희생정신'을 보여 줘 시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영화 '타워'에서는 소방대장 '영기(설경구)'가 시민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재미와 감동을 느낀 관객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정말로 소방관이 자신을 희생하며 시민을 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확산됐다. 청주서부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우호돈(34) 소방교는 "소방관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았기에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소방관 사이에는 'first in last out'이라는 말이 있다. 화재현장에 맨 먼저 들어가 맨 나중에 나온다는 뜻이다. 우 소방교는 "소방관이기에 불 속에 들어 가야 하고 불을 꺼야 하고 사람을 살려야 한다"며 "화재현장에 도착하면 우리도 두렵지만 소방관이기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제일자동차공업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압작업을 하고 있다. 충청투데이 DB

현실에서도 영화같은 소방관의 목숨을 건 활약은 다르지 않다. 중앙119안전센터 대원들은 지난 달 28일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 모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를 잊지 못한다. 하마터면 현장에 있던 모든 대원이 죽거나 부상을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주현(32) 반장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공장에 불이 났는데 화재 진압을 하던 중 이상한 소리가 들려 모든 대원을 후퇴시켰다"고 말했다. 그리고 몇 분후 열기를 못이긴 패널이 무너져 버렸다. 성 반장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두려움이 몰려 온다"고 전했다.

충북도 소방공무원은 총 1380명으로 2010~2012년 사이 29명이 부상을 입는 등의 사고를 당했다. 대원들은 자신들이 사고없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것은 단지 '운'이라며 언제든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도내에서 2012년 1372건, 2011년 1368건, 2010년 1340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구조 및 구급활동도 2012년 9만6875건, 2011년 8만8659건, 2010년 8만6077건에 달한다. 매년 증가하는 화재와 구조 등에서 자신의 생명이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앙119안전센터도 지난해 3689번 출동했다. 이는 하루 10여번 출동한 셈이다. 또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초 흥덕구 복대동 모 아파트에서 20대 가장이 아내와 아이만을 남기고 생활고를 못 이겨 자살한 사건이다. 대원들은 사건을 처리하며 남겨진 가족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월 5만원의 위험수당과 8만원의 화재진압 수당만이 이들의 '목숨을 건 투쟁'의 대가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부상자가 생겨 결원이 발생해도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 남아 있는 대원으로 부상자의 자리를 채워야 하는 업무과중도 피할 수 없다. 2011년 5월 임용된 김선민(28) 소방사는 "화재와 구조 등의 업무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에 어려움은 없다"며 "구조 대상자나 일부 시민들의 욕설과 폭행 등은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한다"고 토로했다.

성 반장은 "우리는 출동할 때 두 가지만 생각한다 '빨리 현장에 도착하는 것'과 '인명피해가 없길 바라는 것'이다"라며 "시민의 안전과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파트 화단과 단지를 소방차량이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주민들의 소중한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며 시민의 안전을 끝까지 염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 소방교는 “순직이나 부상에 대한 처우가 과거에 비해 조금은 나아졌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은 국가직인 데 반해 소방관은 지방직이어서 장비, 인력 등에 대한 지원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우태 기자 wt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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