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34·대전 유성구) 씨는 올해도 결혼 계획을 몇 해 뒤로 미뤘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재정난으로 연봉이 동결되면서 결혼의 꿈을 일찍 접었다. 부모님의 독촉이 심한 상황이지만, 가뜩이나 적은 월급에 결혼에 필요한 목돈 마련이 가장 어려운 문제다. 박 씨는 2년 뒤에나 작은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돈이 모인다며 결혼과 관련된 모든 계획을 2015년으로 수정했다.
#대전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남모(31) 씨도 결혼은 아직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렵사리 개업했지만, 영업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려면 최소 3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일찍 결혼에 성공한 친구들이 부럽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생계유지가 더 시급하다. 남 씨도 결혼은 5년 뒤에나 가능할 것 같다며 결혼은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는 처지다.
미혼 직장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경기불황으로 결혼 계획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취업정보 전문 인터넷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자사회원 20~30대 미혼 직장인 42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253명(53.6%)이 경기불황으로 올해 결혼 계획을 미뤘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이유로는 ‘아직 경제적으로 자리 잡지 못해서’가 1046명(46.4%·이하 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았고, ‘당장 목돈이 없어서’ 914명(40.6%), ‘돈을 모아도 결혼하기 어려워서’ 907명(40.3%),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718명(31.9%) 등이 뒤를 이었다. 생각하고 있는 결혼 유예 기간은 5년 이상이 507명(22.5%), 1년~1년 6개월 미만과 2년~2년 6개월 미만이 각각 313명(13.9%), 1년 6개월~2년 미만 303명(13.5%)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결혼준비 비용 중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은 주택 마련이 69.7%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고, 혼수(10.9%), 예단·예물(8.2%), 웨딩촬영 등 예식비용(2.8%) 등도 포함됐다. 최근 현실적인 조건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결혼 적령기 직장인들의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또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이 장기화되면서 취업 시기(연령)가 그만큼 늦어져 이들이 경제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점도 결혼 계획을 미루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