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택시법이 통과됐지만, 주로 서울 강남 일대에서 극성을 부리는 택시 승차거부가 지역 곳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정도가 심해진 택시 승차거부는 새해를 맞아 각종 모임 등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일부 기사들이 더 먼 거리를 가려는 손님을 골라서 태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한파와 폭설 등 좋지 않은 기상 상황과 도로 사정 등이 더해져 대부분의 택시들이 영업을 일찍 마치면서 영업을 하는 일부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새해를 맞아 지난 1일 저녁 친구들과 오랜만에 대전 둔산동에서 모임을 가진 직장인 A(31)씨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임월드백화점 인근에서 시청까지 걸을 수밖에 없었다.
A씨가 불편을 감내하며 먼 거리를 걷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택시들의 승차거부 때문.
자정이 넘은 시간 타임월드 인근 도로에는 모임 등을 마치고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고 택시들이 일일이 목적지를 물어가며 손님들을 골라태우는 탓에 승차거부를 당했다.
결국, 시청까지 걸어서야 겨우 택시를 잡아탄 A씨는 모임이 끝난 지 2시간이 지나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직장인 B(32)씨도 최근 승차거부를 경험했다.
12월의 마지막 주말이었던 29일, 애인과 데이트를 마치고 대전 중구 문화예술의거리 인근에서 택시를 잡아 귀가하려던 B씨는 택시들의 잇단 승차거부에 30분이 넘게 추위에 떨어야만 했다.
A씨가 겪었던 상황과 마찬가지로 택시들은 승객들을 골라태웠고, B씨는 결국 선화동 자신의 집까지 걸어서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대전시에 따르면 최근 택시 승차거부 민원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연말과 새해 100여 건이 넘는 승차거부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승차거부의 대표적 유형은 택시를 기다리는 승객에게 행선지를 물은 뒤 거리가 짧으면 그냥 가버리는 경우다.
각종 모임이 많은 요즘 늦은 귀가를 하는 승객 가운데 요금이 많이 나오는 먼 거리 손님을 먼저 태운다는 뜻이다.
최근 폭설과 한파 등 기상상황과 이에 따른 악화된 도로사정도 승차거부가 줄을 잇는 또 다른 이유다.
대부분의 택시들이 사고 등을 염려해 일찍 운행을 마치면서 여느 때와 비교해 도로에 택시가 줄었고, 택시를 타려는 수요는 많은데 태우려는 공급이 줄어들면서 승객 골라태우기 등 얌체 운행이 빈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택시법까지 통과된 상황에서 택시기사들의 의식수준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며 “택시 승차거부 민원이 제기된 뒤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면 최고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