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냥 가출한 게 불쌍해서 재워주려고 그러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가출청소년 A(15)군이 B(24)씨를 처음 알게 된 건 인터넷을 통해서였다.
인터넷을 통해 ‘가출팸 오세요’라는 글을 본 뒤 B씨에게 연락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자신의 원룸에서 재워주겠다”는 말만 믿고 B씨를 만난 A군에게 기다리고 있던 것은 감금과 폭행, 착취였다. 처음 만난 B씨는 마치 친형처럼 따뜻하게 대해줬다. 하지만 곧 돈을 벌어와야 한다는 말과 함께 말을 듣지 않는 날에는 폭행과 감금이 시작됐고 그렇게 A군은 택배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당은 5만원을 받았지만, 월세와 보증금, 유흥비 등을 이유로 받은 돈은 모두 B씨의 소유가 됐다.
원룸에는 A군 말고도 다른 가출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B씨에게 반항하지 못했고, 도망칠까도 생각해봤지만, 딱히 갈 곳이 없었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7일 가출청소년을 꼬드겨 유인한 뒤 원룸에 감금하고 일을 시켜 돈을 뜯어낸 B씨를 상습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3월15일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나주 등지에서 모여든 가출청소년 8명을 원룸에 모아놓고 관리비와 보호비 명목으로 3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대전시 서구 괴정동과 갈마동 등지에 임대해 놓은 원룸에서 이들 청소년을 분산해 생활토록 한 뒤 함께 지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B씨는 인터넷에 ‘가출팸 오세요’라는 등의 글을 올려 모집한 가출청소년들에게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시키고 돈을 뜯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2010년 인천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하다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B씨를 상대로 여죄를 캐는 한편, 함께 생활하던 10대 8명을 보호자에게 인계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