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의 임기만 남겨둔 이명박 정부가 끝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부지 매입에 대한 국비 지원을 거부하면서, 그 숙제는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와 예결위원회가 어렵사리 전체 부지매입비의 10%인 700억 원을 계상했지만, 현 정부는 끝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국회 예결심의 과정에서 예결위와 정부 사이에 부지매입비 통과를 두고 팽팽하게 의견이 맞섰지만, ‘해당 지자체가 부지매입비를 제공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입장은 완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예결위 심의과정 막바지에는 175억 원이라는 ‘꼼수’를 들고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부지 매입비는 과학벨트 거점지구(대전 신동·둔곡)에 들어설 기초과학연구원 및 중이온가속기 부지로 조성비를 합쳐 약 7300억 원(순수 토지보상비 3500여억 원 포함)이다.

정부는 토지보상비 3500억 원 가운데 10%인 350억 원의 절반인 175억 원만 국비(50%)로 반영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만일 국회가 기재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175억 원을 예산에 반영한다면, 대전시도 절반인 175억 원을 토지보상비로 지출해야 한다”며 “최악의 경우 전체 토지보상비인 1750억 원을 대전시에서 부담하는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국회는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예산 700억 원 전액을 삭감키로 결론을 내렸다. 새누리당 측은 대전시에 부담을 주지 말자는 취지라고 했다.

새누리당 측 관계자는 “헌법 57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가 편성·제출한 예산안을 심의함에 있어 감액 또는 폐지할 수 있으나, 임의로 정부 동의없이 지출예산각항의 증액 또는 새 비목의 설치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끝까지 예산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국회 임의대로 예산을 세울 수 없다”라며 “부지매입비 국비 확보를 위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선택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과학벨트 사업에 대해 어깃장을 놓았던 이명박 정부가 사업의 정상 추진에 대한 의지가 끝내 없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사실상 현 정부에서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국비 확보가 물 건너가면서 정치권은 두 달 뒤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을 통해 ‘과학벨트 거점지구의 부지 매입비를 국고에서 지원하고 거점지구와 기능지구의 연계를 강화해 시너지 효과 창출하겠다”고 확약했다.

과학계와 충청 정치권에선 신뢰와 약속을 가장 중요시하는 박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 후 반드시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국비 지원 약속을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충청 정치권도 여야를 초월해 박 당선인이 약속을 이행하도록 전방위 압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정가에선 “박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부터 과학벨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민단체와 지역 및 중앙정치권, 과학계 등 충청권의 역량을 총결집해 사라진 과학벨트 부지매입비를 다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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