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채 발행과 세법개정 등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으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오는 31일까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7일 조세소위와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세법개정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위한 이른바 ‘박근혜 예산’과 관련된 재원조달 방법과 증세 방법을 놓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면서 파행이 지속됐다.
기재위 여·야 간사는 이날 오전 조세소위 예정 시간에 앞서 회동을 가졌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입장 차만 거듭 확인했다. 민주통합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간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채를 발행해 조세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건 옳지 않다”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2000만 원으로 조정하는 등 부자 증세를 해야한다”고 부자감세 철회 조치를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간사인 나성린 의원은 “민주당은 법인세율 인상과 과표구간 인하 등을 받아달라고 하는데 그동안 양보할 만큼 했다. 더 이상은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재위 간사 차원의 합의는 이제 어렵게 됐다. 민주당에 현재 컨트롤타워가 없는데 내일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당 차원에서 신속히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당선인이 전날 “대선 기간 민생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약속을 드린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며 ‘국채발행’을 공식화하면서 여·야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고위에서 “앞서 여야가 28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현재 진행 상황으로 봐서는 불투명하다”며 “민주당의 요구는 발목잡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 예결위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구체적인 사업 항목에 대해선 절반도 의견접근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집권여당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야당을 토끼몰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예결특위도 여야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내년도 예산안의 28일 본회의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가 올해 안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정부는 준(準)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는 만큼 오는 31일은 예산 처리의 ‘마지노선’이다. 결국 지난해 12월 31일 자정을 앞두고 가까스로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던 여·야는 19대 국회 들어서도 ‘예산안 늑장처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