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보협력관실을 제외한 대부분 실·국이 내포신도시로 이사를 마친 충남도청은 적막함만 흘렀다. 사진은 도청 정문. 이주민 기자  
 

27일 오전 10시. 80년 대전 시대를 마감하고 홍성과 예산 일원 내포신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분주한 충남도청을 찾았다.

이날 충남도청 주변은 하루 평균 유동인구만 2000여 명이 드나들던 행정기관이라고 하기가 무색할 만큼 휑했다.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도청 주변에는 적막함만 흘렀다.

그나마 이삿짐을 나르는 이삿짐센터 직원만 분주했다. 이사 첫날(지난 18일) 숨 가쁘게 오갔던 이삿짐센터 차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28일까지 내포신도시로 이사를 마감해야 하기에 홍보협력관실 등을 제외한 나머지 각 실·국은 이미 이사를 마쳤기 때문이다.

도청 중앙과 후문 입구를 제외한 나머지 출입구는 자물쇠로 꽁꽁 ‘봉인’됐고, 사무실도 텅텅 비어있다. 가뜩이나 도청 본관에 비해 인적이 드물었던 충남도의회 사무실과 후생관, 별관 등 내부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만 갔다.

공무원들이 모두 이주한 도청 각 건물의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겨 있고 복도마다 종량제 봉투에 담아놓은 쓰레기, 서류와 책 보따리 등이 가득 쌓여 있을 뿐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열렸던 대회의실, 소회의실 등도 텅 빈 채 역사가 기억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도 홍보협력관 관계자는 “아침이면 전쟁을 치러야 했던 약 1500여 대의 주차장도 텅 비어있는 것을 보니 이제야 이사 가는 것에 실감한다”며 “사실상 오늘이 이사를 마무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회고했다.

텅 빈 도청과 마찬가지로 주변 상인들의 마음도 텅텅 비어갔다. 도청 주변에서 갈비탕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 모(55) 씨는 점심시간만 되면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오늘은 두 테이블을 받는 데 그쳤다며 울상을 짓는다. 매출 역시 하루 100만 원 남짓 벌었지만, 요즘은 10만 원 벌기도 빠듯하다.

도청 이전으로 당장 주변 지역민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청 직원이 하나둘씩 떠나가니 인제야 공무원들의 발목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는 게 도청 주변 상인들의 목소리다.

피해는 주변 지하상가 상인에게도 그대로 가격했다. 지하상가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김 모(32) 씨는 “한숨만 나온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대로라면 내포신도시라도 따라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최 모(28) 씨도 “그래도 도청 젊은 직원들이 이곳에서 옷을 많이 구매했다”며 “매출이 최대 30% 이상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요식업과 달리 옷 가게는 당장 큰 타격은 없는 모양새이다. 그나마 젊은 층이 많이 유동하기에 버틸만하다는 것이다. 옷 가게와 액세서리 판매점 등을 제외한 도청 주변에 있는 상권들도 하나둘씩 떠났고, 몇몇 상가는 밤이면 일찍 문을 닫는다는 게 지역민의 설명이다.

이들은 도청 이전 소식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있었지만, 막상 떠나보내려니 당장 생계부터 걱정할 노릇이다. 반면 충남도민은 내포신도시에서 도청이 새로운 날개를 펼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충남도청은 80년의 숱한 역사를 간직하고, 대전시의 발전을 위해서 다시금 쓰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에 있는 도청 곁을 떠나 내포신도시에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는 공무원이나, 도청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지역 발전을 기대하는 지역민의 심정은 기대와 걱정에 사무쳐 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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