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8월 21일 대전시 서구 갈마동에 위치한 한 공원을 산책하던 등산객 A 씨는 바닥에 수북이 쌓인 낙엽 사이로 수상한 붉은 물체를 발견했다.
물체를 확인하기 위해 낙엽을 걷어낸 A 씨의 눈에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의 시체.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다. 시체가 어린 여학생으로 추정돼 지문 대조를 통한 신원파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전단을 배포하는 등의 노력 끝에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서야 피해자 가족들과 연락이 닿았고 이 시체가 여중생 B(당시 14세) 양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경찰 조사결과 B 양의 사망원인은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밝혀졌고 이 사건은 ‘대전 갈마동 여중생 살인사건’이라는 이름으로 14년이 흐른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대전·충남에서 발생한 이 같은 미제 강력사건이 올해도 해결되지 않은 채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시 구성됐던 수사본부 등은 이미 해체된 지 오래고 경찰은 장기 미제사건 전담팀을 만들어 사건 해결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대전·충남에서 해결되지 않은 주요 장기 미제사건으로는 ‘대전 갈마동 여중생 살인사건’을 비롯해 ‘국민은행 강도 살인사건(2001년)’, ‘천안 토막 살인사건(2006년)’, ‘대전 자양동 여교사 살인사건(2006년)’, ‘대전 갈마동 빌라 여성 살인사건(2005년)’, ‘대전 법동 아파트 살인사건(2006년)’ 등이다.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모 지점 지하주차장에서 ‘탕탕탕’ 3발의 총성이 잇따라 울렸다.
잠시 후 검은색 차량 한 대가 주차장을 쏜살같이 빠져나갔고 현금수송차량에서 운반 중이던 만 원권 현금 3만 장이 들어있는 가방도 함께 사라졌다.
현장에서는 현금수송차량에서 현금 3억 원이 든 돈 가방 2개를 운반 중이던 이 은행 현금출납과장 A(당시 45세) 씨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이후 경찰은 용의자를 3명으로 압축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면서 이 사건은 지금까지 미제로 남아있다.
이 밖에 2006년 당시 26세이던 중학교 여교사가 괴한에게 흉기에 찔려 숨진 ‘대전 자양동 여교사 살인사건’과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살인사건 현장에 부침가루가 뿌려져 있던 2005년 ‘대전 갈마동 빌라 여성 살인사건’도 여전히 ‘살인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또 2006년 대덕구 송촌동에서 택시기사가 운전석에 누워 안면부 등을 찔려 숨진 채 발견된 ‘개인택시 기사 살인사건’도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장기 미제사건 등에 대한 전담팀을 만들어 사건해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최근 해결된 ‘대전 대성동 주차장 살인사건’처럼 언젠가 범인은 꼭 잡힌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