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새벽 대전 동구 인동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상점들이 모두 불에탄 가운데 한 상인이 내부에 들어가 쓸만한 가재도구 등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양승민 기자  
 

“정말 모든 게 다 타버렸네요. 당장 살아갈 방법이 막막합니다.”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19일 새벽 2시 40분경 대전 동구 인동시장 입구에 자리 잡은 한 작은 식당 2층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불은 순식간에 인근 가건물로 번졌고, 옹기종기 붙어있던 7개의 상점은 화재 발생 1시간여 만에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장 상인들은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희망보다는 절망을 맛봐야 하는 최악의 아침을 맞았다.

날이 밝은 뒤 찾은 화재 현장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현장 조사를 위해 설치한 폴리스라인 안쪽으로는 검게 타버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건물 내부와 잔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또 한쪽에서는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상인들이 모여 너도나도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일부 상인은 혹시 쓸 수 있는 물건이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면서, 하나라도 건지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상점 내부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모든 물건과 가재도구 등은 시커멓게 그을렸거나, 타버려 쓸모 없는 상태.

이곳에서 17년 동안 작은 담배 가게를 운영하던 노부부는 당장 거주할 공간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주인 류 모(74) 씨는 “아내와 잠을 자고 있는데 새벽에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깨보니 불길이 번져 몸만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그동안 가게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아왔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가뜩이나 대형마트에 밀려 어려운 삶을 살아온 전통시장 상인들은 이번 화재로 길거리로 내몰리면서 올겨울 더욱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야 하는 시련을 겪게 됐다.

게다가 해당 건물들은 오래된 목조건물이기 때문에 화재보험에 가입조차 되지 않았다.

피해에 대한 마땅한 보상이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는 다시 장사를 시작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상인 노 모(62·여) 씨는 “불길에 놀라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살기 위해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다”며 “여기 상인들 모두 어렵게 생계를 이어오던 공간을 잃었고, 다시 복구해 장사를 시작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라고 각계의 관심과 도움을 요청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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