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유세장면(왼쪽)과 문재인 후보·안철수의 합동유세 장면.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동안 양측은 정책·공약 등을 통해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내려 노력했으나 막판에 또다시 네거티브전을 벌여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충청투데이DB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끝난 18대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승부를 연출했다. 하지만 초박빙 구도 속에서 불거진 여러 가지 문제점은 향후 선거 문화를 위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선 과정에 대한 평가와 함께 문제점을 진단해 봤다.

네거티브 공방전 속에 사라진 정책 대결

이번 18대 대선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최초로 ‘보수 대 진보’의 양자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양 진영은 각각 ‘보수대연합’과 ‘국민연대’를 기치로 지지세를 규합하는 등 ‘세 불리기’에 주안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이념 대결과 네거티브 공방이 대선 정국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반면, 정책 대결은 자취를 감췄다는 평가다. 실제로 두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을 빼놓지 않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7일 대전역 유세에서 “지금 야당 후보는 자신을 폐족이라고 불렀던 실패한 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라고 비난했고, 이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다음날 같은 장소를 찾아 “이명박 정부는 빵점이고, 박 후보는 ‘빵점 정부’의 공동 책임자”라고 맞받아쳤다. 아울러 선거 초반에는 야권 단일화 여부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고, 막판에는 국정원 여직원 사건과 SNS 불법 선거운동 문제 등을 둘러싼 논쟁으로 선거판이 얼룩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두 후보가 모두 정치개혁과 사회통합, 경제민주화와 복지 정책을 강조하는 바람에 정책적 차별점은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유세장면(왼쪽)과 문재인 후보·안철수의 합동유세 장면.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동안 양측은 정책·공약 등을 통해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내려 노력했으나 막판에 또다시 네거티브전을 벌여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충청투데이DB

◆‘박정희 대 노무현’ 과거에 갇힌 선거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선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한 양상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박정희와 노무현의 대리전’이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박 후보 측은 문 후보를 ‘참여 정부 당시 핵심 권력자’라며 NLL(북방한계선) 발언 등 대북 정책과 안보관을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문 후보 측은 박 전 대통령 시절의 인혁당 사건이나 정수장학회 논란을 문제 삼았다.

시대적 과제를 논의하는 TV 토론에서조차 두 후보는 각각 참여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 급급해 새로운 의제를 내놓는 데는 실패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가적인 발전의 발판이 되는 선거가 아닌 단순히 ‘이기기 위한’ 선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보수와 진보가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과거의 이념 대결에 전념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산업화라는 결과물이 있고,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헌신했다. 양측이 상대의 나쁜 점만 보기보다는 관점을 수정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TV 토론 등 유권자 위한 평가 기준 부족

대선 후보들의 TV 토론회가 단 3회에 그친 것도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평가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선 총람에 따르면 지난 1997년 15대 대선에는 34회, 2002년 16대 대선에는 83회, 2007년 17대 대선에는 44회의 언론기관 초청 TV 토론회 및 대담이 열렸다. 이는 중앙선관위가 주최한 TV 토론회를 제외한 수치로, 이번 대선이 국민의 알 권리와 후보 검증에 매우 미흡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공식 선거기간 전에 열린 토론 및 대담 횟수를 살펴보면 15대 30회, 16대 62회, 17대 26회로 조사된 반면, 이번 대선에서는 지난달 21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 간 단일화 TV 토론 이외에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열린 3회의 TV 토론회 중 1·2차 토론에서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는 막말과 함께 인신공격에 가까운 네거티브 공세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등 유권자들이 후보를 검증할 기회가 충분치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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