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이끌어갈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5000만 국민들의 운명이 유권자의 선택에 달렸다는 점에서 자못 책임이 무겁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선거를 통해 자양분을 얻고 열매를 맺는다. 그 과실은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려면 나무를 잘 골라야한다. 어떤 후보가 지도자 자격을 갖췄는지 다시 한 번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장으로 향하자.
후보들이 총력전을 펼치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실질적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양자 대결인데다 초접전이 전개되면서 과열양상을 띠었다. 문제는 무상복지를 내세운 포퓰리즘과 네거티브 선거전이 선거기간 내내 휩쓸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려 정치 불신만 키운 꼴이 되고 말았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을 반으로 갈라 국론분열을 일으킨 것도 정치권의 책임이다. 여야가 입만 열면 구태정치 청산을 외쳤지만 오히려 구태정치가 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집이야말로 유권자들의 중요한 선택기준이다. 그러나 선거 종반까지 양 후보진은 공약집을 내놓지 않다 불과 며칠 전에야 부랴부랴 공약집을 내놨다. 두 후보의 공약을 합치면 1000건이 넘는다고 한다. 솔직히 누가 어떤 공약을 내놨는지 분간하기 어렵거니와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의문이다. 이런 공약집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유권자들은 옥석(玉石)을 가려내야 한다. 유권자를 우습게 여기는 정치권을 심판하는 길은 오로지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표로 보여주자. 그동안 각 후보 진영이 해온 행태가 너무 실망스러운 나머지 무관심으로 일관할 수도 있다. 기권도 하나의 의사표시이지만 결코 바람직스럽지는 못하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책이라도 골라야 하는 게 올바른 유권자의 역할이다.
오늘 투표는 후보 개인을 뽑는 게 아니라 이 나라의 운명을 짊어질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헌정사상 처음 실시된 재외국민 대선 투표율이 71%를 넘어섰다는 건 시사하는 바 크다. 이번 선거에서 '과반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적극적인 참정권 행사로 차기 대통령에게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 유권자 모두가 투표에 참여해 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