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를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해 구속수감된 김씨가 17일 대전시 서구 장안동 자택에서 이뤄진 현장 검증을 마치고 사건장소를 빠져 나오고 있다. 장수영 기자 furnhanul@cctoday.co.kr  
 

“평소 지인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는데 못난 아들 때문에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다니…”

17일 오후 대전 서구 장안동 한 펜션에서는 자신의 아버지를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인면수심 아들에 대한 경찰의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이날 사건 현장을 찾은 10여 명의 이웃 주민과 피해자 지인들은 반인륜적 사건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현하면서도 아들의 잔혹함에 모두 치를 떨었다.

범인 A(33) 씨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그날의 행동들이 모두 기억난 듯 범행 장면을 차례차례 재연했다. 특히 아버지에게 뺨을 맞은 뒤 홧김에 둔기로 내려친 장면에서는 지켜본 모든 사람이 끔찍한 참극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경찰 조사결과 A 씨는 지난 9월 28일 오후 8시경 술에 취해 아버지 B(65) 씨를 무참히 살해했다.

당시 A 씨는 펜션을 운영하던 아버지 B 씨가 외출 준비를 하자 “어디를 가느냐” 물었고, “네가 알아서 뭐하냐”는 B 씨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서로 말다툼을 벌이다 B 씨가 아들 A 씨의 얼굴을 폭행했다.

이에 격분한 A 씨는 근처에 있던 둔기를 꺼내와 아버지를 내리쳐 숨지게 한 후 펜션 화장실에 시신을 방치했다.

범행 이후 4~5일이 지났을 때 A 씨는 시신이 부패할 것을 우려해 펜션 뒤편 작은 공간에 직접 묻은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범행 이후 아버지를 살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B 씨의 휴대전화기 전원을 켜둔 채 직접 들고 다니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하지만 B 씨의 범행은 금세 탄로 났다. B 씨와 연락이 전혀 되지 않자 지인들이 직접 펜션을 찾아와 둘러보면서 아들의 수상쩍은 행동을 발견했고, 결국 지난달 16일 B 씨의 동생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아버지가 여행을 가셨다”는 등 변명만 늘어놓고 오락가락 진술하는 A 씨를 강력한 용의자로 보고 집중적으로 조사해 결국 자백을 받아냈다.

주민들은 특히 범행을 저지른 뒤에도 반성은커녕 아버지의 신용카드로 1000여만 원을 유흥비로 탕진하는 등 파렴치한 모습에 더욱 놀란 반응이다.

현장검증을 참관한 피해자의 한 지인은 “평소 B 씨가 가정사 얘기를 하지 않아 아들과 깊은 갈등이 있는지는 전혀 몰랐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충격스럽다”며 “아들에게 살해당했다니 믿을 수도 없지만, 다시는 이런 끔찍한 사건이 우리사회에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