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직장인 서모(34·청주 흥덕구 수곡동) 씨는 최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과 TV, 인터넷 전화의 통신사를 변경할 경우 20만 원의 현금지원은 물론 다양한 요금 할인까지 주겠다는 업체 측의 솔깃한 제안이었다.

가뜩이나 과도한 통신비 부담으로 업체 변경을 생각하고 있던 서 씨는 기존 통신사에 계약파기를 위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상담원으로부터 돌아 온 답변에 서 씨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계약 전에는 요금할인이나 사은품 지급에 관한 어떤 혜택도 공지하지 않았던 통신사 측에서 지속적으로 계약을 유지할 경우 파격적인 요금할인 혜택에 다양한 부가서비스까지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서 씨를 권유하고 나선 것이다.

서 씨는 "지금까지 모른 척 하다 통신사를 변경한다니까 각종 혜택으로 유혹하고 있다"면서 "기존에 이 같은 혜택들이 있었다면 왜 사전 공지를 하지 않았는지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지금까지 비싼 요금만 지불한 거 같아 매우 불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례2. 이사를 하게 된 주부 민모(29·청주 상당구 우암동) 씨는 기존에 사용하던 통신사를 그대로 옮겨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 통신사를 너무 오래 사용한 데다 최근 인터넷과 TV, 전화 등 결합상품 이용 시 요금할인과 각종 사은품 지급 등 통신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굳이 혜택도 없는 기존 통신사를 고수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 민 씨는 좀 더 가계에 보탬이 되는 업체를 알아보고 있다.

민 씨는 "기존 고객들에 대한 통신사의 혜택이 거의 없다보니 굳이 한 통신사만을 사용해야겠단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겠다"면서 "현재 가장 혜택이 많은 업체를 위주로 통신사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통신 사업자들 간 기존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 통신사만을 꾸준히 이용하는 이른바 '붙박이' 사용자들이 애꿎은 소외를 당하고 있다. 통신사에서 주어지는 각종 혜택이 신규 고객이나 통신사 이동 고객들에만 집중되면서 ‘의리’를 지키고 있는 기존 사용자들은 외면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SK브로드밴드, KT, LG파워콤 등 통신 3사는 초고속 인터넷 고객 유치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각 회사 영업점들은 자사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 시 현금 15만~20만 원을 제공한다는 홍보전화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무작위로 고객들에게 전송하는 등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들은 어디까지나 신규·이동 가입자들을 위한 혜택으로 기존 사용자들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각 통신사들은 이미 가입된 기존 고객들에 대해 어떠한 요금 할인혜택이나 부가서비스 지원에 대해 단 한 차례도 공지를 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이들 통신사들은 기존 사용자들의 변심으로 인한 이탈을 우려해 계약파기 상담이 들어오는 경우에 한 해 파격적인 요금할인과 현금지원 등 각종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탈 우려가 없거나 관련 혜택에 대해 무딘 소비자들에게는 일체의 혜택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충북지회 관계자는 "통신사들 간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소비자들 민원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각 통신사를 상대로 한 기존 소비자와 신규 소비자 간 형평성에 따른 문제도 적잖게 발생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꼼꼼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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