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행정력을 동원해 각 동에 강제 할당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수차례 지적됐지만 되풀이되는 모금방식에 일선 통장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12일 청주시 등에 따르면 충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달 26일부터 시·군을 순회하며 ‘희망 2013 나눔 캠페인’을 전개해 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보다 0.3% 정도 늘어난 46억 5000만 원을 모금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공동모금회는 시·군 사회복지 부서 관계자 회의를 통해 모금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시는 올해 목표액을 상당구 3억 4500만 원, 흥덕구 4억 9600만 원 등 8억 4100만 원으로 정했다. 시는 가구 수 등을 고려해 동별로 2000만~3000만 원으로 할당한 뒤 또 다시 통별로 수십만 원씩 할당했다.
그러나 시는 모금액 달성을 위해 통장들을 내세워 모금토록 해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일선 통장들은 할당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사전 홍보나 지역민들의 참여를 자발적으로 유도하기 보다는 목표액 채우기에만 급급해 본래 취지가 상실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 내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손을 내밀거나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성금을 요구하는 것은 다반사며 일부에서는 동사무소 직원들까지 나서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청주시에 따르면 상당구는 목표 모금액 3억 4543만 원 가운데 율량·사천동이 3636만 원, 흥덕구는 가경동이 4258만 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모금액이다. 실제 청주시 A 동은 단위 세대수에 따라 세대당 5000원~6000원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배정하고 통장을 통해 모금에 나서고 있다. 통장 B 씨는 “150세대를 일일이 찾아 40만 원의 할당액을 채워야 하는데 참여율이 떨어져 걱정”이라며 “모금운동에 대한 취지는 좋지만 반강제적인 모금 방식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할당액을 채우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일선 통장들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적십자회비, 크리스마스씰, 국군장병위문금 등 많은 잇단 성금모금으로 인한 피로까지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할당액을 달성치 못한 일부 통장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사비를 털어 부족한 모금액을 채우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1년 동안 쌓아온 주민들과의 신뢰마저 잃어 버리게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전체 모금액에 대한 목표를 세워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지적된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한 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반강제적인 할당을 통한 연말모금 활동이 벌어지면서 일부에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 방식이 기부문화 확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시민 이모(29) 씨는 “자율성이 아닌 인구 대비 목표액을 할당해 벌이는 지금같은 모금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