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의 각종 비리 행위가 검찰 수사 결과 낱낱이 드러났다.

대전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는 12일 납품업체에 뇌물을 받거나 자신이 설립한 회사를 통해 외부 용역을 수행해 대금 수십억 원을 챙긴 혐의(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모 연구원 선임부장 A(52) 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책임연구원 B(40) 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납품업체 법인카드로 유흥비 결제

한 연구원 선임부장인 A 씨는 납품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전달받아 유흥주점에서 술값 결제로 사용했다. 그 금액만 1300만 원에 달한다. 또 비정규직인 소속직원의 인건비 명목으로도 2900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A 씨의 후임 C(47) 씨도 납품업체로부터 골프채, 술값 대납 등으로 2300여만 원을 받는 등 비리행위는 여전했다. 이들은 납품업체 법인카드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 해당 업체로부터 물품을 들여온 것처럼 꾸미는 방법으로 뇌물 비용 등을 보전해 줬다.

한 연구원 센터장인 D(50) 씨도 납품업체와 공모해 시약 등을 정상적으로 들여온 것처럼 속여 6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직접 회사 차려 용역대금 꿀꺽

이번에 구속 기소된 E(51) 씨는 한 연구원 사업단장을 맡고 있으면서 자신의 회사를 설립, 해당 기관에서 수익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시험 용역 11건을 가로채 18억 원을 챙겼다.

이 분야 권위자로 알려진 E 씨는 시험 용역을 의뢰하는 업체들에게 자신의 회사에 맡기면 가격도 저렴하고, 해당 기관이 인정하는 증명서를 넘겨준다며 계약을 유도했다. E(51) 씨는 실제 용역 계약이 성사되면 자신이 속한 연구기관의 장비와 인력을 활용해 해당 기관 명의로 시험 보고서를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년 이상 겸직승인이 어려워지자 회사를 자신의 처 명의로 바꿔 이 같은 비리를 이어갔다. 이렇게 빼돌린 자금 가운데 5억 원 상당은 서울의 고급 아파트를 구매하는데 사용했다.

◆납품 검수, 창업지원제도 허점

먼저 A 씨가 허위납품을 통해 업체들의 수익을 올리고, 법인카드 사용이 가능했던 것은 검수 과정이 그만큼 허술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단 연구원들은 필요한 물품을 직접 회계과에 요구하면 구매 계약 이후 검수 과정을 통해 전달받게 된다. 하지만 행정직인 검수과 직원들은 전문연구원들이 사용하는 시약 등 물품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니면 꼭 필요한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원의 창업지원제도도 허점을 드러냈다. 창업을 통해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의 산업화와 신기술 개발 등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가 연구원들이 자신의 사업장을 차리고,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었던 것.

E 씨도 설립 승인 당시 “우리나라에 없는 신기술을 5년 이내에 개발해 3조 원 대의 수익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E 씨는 신기술은커녕 해당 기관의 시험 용역만 가로챘으며, 실적 저하로 설립한 회사는 쫓겨났다.

대전지검 강지식 특수부장은 “검수를 위한 외부 전무가 도입 등 제도상 보완이 필요하다”며 “연구원 내 창업한 기업을 관리하고 감시할 내부 기구를 통한 강력한 통제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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