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아저씨 이 버스 OO동까지 가나요?"
선천성 시각장애을 앓고 있는 최홍재(59·중구 대흥동) 씨.
최 씨는 버스정류장에 있는 안내단말기(BIT)에서 제공하는 버스노선안내 음성서비스가 아니면 버스를 탑승하지 못한다.
최근 최 씨는 버스가 온다는 대기승객들의 한마디에 차도로 진입해 버스를 세우다 정류장에 진입하는 버스와 접촉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한 걸음만 더 내딛었으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최 씨처럼 장애를 갖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2002년 교통약자법이 도입돼 지역 별로 버스정류장마다 버스 안내단말기(BIT)를 설치하고 있지만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수는 늘지 않고 있다.
대전시만 해도 5개구에 정류장은 1814개소에 이르지만 안내단말기가 설치된 곳은 872곳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동구는 정류장 382개소 중 177개, 중구는 279개소 중 174개, 서구 421개소 중 238개, 유성구 457개소 중 123개, 대덕구 275개소 중 160개가 설치돼 있다. 특히 신규 설치는 매년 줄어 올해는 29대 설치에 그쳤다.
대부분의 안내단말기 또한 설치된지 10년 이상으로 노후 돼 고장이 잦다. 시민들의 민원이 접수되지 않으면 고장난 단말기가 있는 정류소를 파악하기란 매우 어렵다. 심지어 위치를 파악해도 임시방편으로 수리 할 뿐 이렇다할 근본적 대책이 없는 상태다.
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장애인 복지를 거창하게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부터 세심하게 체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박 모 씨는 "고장난 안내단말기의 교체작업이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지금처럼 바닥이 미끄러운 도로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단말기 교체작업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신규 설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현재 설치된 안내단말기 중에서도 10년 이상 돼 고장난 기계들이 많아 교체 및 수리작업을 우선으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