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회가 집행부의 내년도 일부 추진 사업 예산을 무분별하게 삭감하는 등 대안 제시보다는 지적과 질타로 일관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일각에선 ‘집행부 길들이기’, ‘집행부 발목잡기’, ‘광역행정에 대한 무지’라는 볼멘 소리까지 뒤섞이며, 일부 의원들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종시·세종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내년도 예산안 등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17일까지 26일간 제5회 정례회 의사일정을 진행한다. 시의회는 이번 의사 일정기간 동안 내년도 ‘세종특별자치시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 ‘세종특별자치시 일반 및 추가경정 세입·세출예산안’ 등을 처리한다.
문제는 일부 의원들이 광역 행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요식 절차에 따른 억지를 쓰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행부는 ‘멘붕(?)’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칼자루를 쥔 시의회가 해당 사업의 구체적인 실효성 여부를 무시한 채 납득할 수 없는 질문에 이은 질타를 이어가는 등 사업 추진에 찬물을 끼얹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 심의에 참석한 집행부 한 공무원은 “의원들이 소액 예산 사업을 두고 불필요한, 수준 이하의 질문을 던지면서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며 “광역 사업내용에 무지함을 드러내고 있는 부분도 집행부 공무원들을 황당하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시의회는 유일한 국비사업(4억 5000만 원)인 '장류명품화사업'의 내년 사업 예산 4억 5000만 원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업은 향토사업으로 청송리 콩 경작농가와 장류제조업체인 뒤웅박고을이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사업비 지원이 끊기면 재배(계약) 농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의회 측은 “사업보고를 정기적으로 해달라고 주문했는데, 시가 이를 따르지 않았다”며, 예산 삭감에 대한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또 도시디자인 용역, 대학생 활용 주민참여형 디자인 학교 운영 사업 등 도시디자인 관련 사업이 모두 표류될 위기에 처하면서, 출범 이후 야심차게 사업을 추진한 집행부의 힘을 빼고 있다.
시의회가 사업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업 예산을 일부 또는 전액 삭감하면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 졌기때문이다.
현재 이들 사업과 관련,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계수조정 단계를 거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사업 추진에 대해 신중히 접근하고 있을 뿐”이라며 “의원들은 주민대표다. 혈세 낭비를 막기위해 충분한 자료가 뒷받침 되는 등 사업에 대한 당위성이 인정돼야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원들이 일부 현안 사업들에 대한 칼질을 과감히 실행으로 옮기고 있는 반면 연간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은 별도의 검증 없이 추진에 나서고 있어 불신을 키우고 있다.
최근 A 의원이 세종발전연구원 설립을 주장하는 칼럼을 시 소식지에 게재하면서 집행부는 황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매년 인건·운영비 등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야하는 발전연구원 설립을 주장하는 건, 시 행정에 대한 무지함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충청권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발전연구원 설립이 필요하지만, 현재 세종시 여건상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타시도 발전연구원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시 보조금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빠른 시일 내 설립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도시계획, 균형발전 등 일부 사업에 용역이 집중되는 만큼, 손익부분을 고려해 위탁하는게 맞다. 앞뒤가리지 않고 설립을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세종=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