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협박범의 개인정보가 중요한가. 아니면 피해자의 신변보호가 중요한가?’
대전지역 30대 지체장애 여성 살해사건이 잔혹한 보복범죄로 밝혀진 가운데 경찰이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살해 협박을 당한 피해자가 요구한 전화추적 등을 기피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협박을 당한 후 신고를 하거나 수사를 의뢰하더라도 복잡한 절차와 수사기관의 높은 문턱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고통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실제, 지난 6일 오후 10시 20분 직장인 A(49) 씨는 한 통의 협박 전화를 받고 큰 충격에 빠졌다.
전화를 걸어온 의문의 남성은 A 씨의 이름을 대며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고 “밤길, 뒤를 조심하라. 죽여버리겠다”고 다짜고짜 협박했다.
하지만 경찰의 대응은 더욱 충격적이다.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발신자의 ‘042-637-XXXX’에 대한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당시 통화하면서 곧바로 녹취를 해야 하고, 영장이 있어야 수사가 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A 씨는 “살해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건 사람의 개인정보는 중요하고, 피해자가 받은 충격과 영문도 모른 채 살해협박을 당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느냐”고 분개했다.
A 씨는 “경찰이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강력사건에만 매달리고, 강력사건을 예고한 이러한 사건은 등한시 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며 “이른바 ‘한건주의’, ‘실적주의’에만 함몰된 경찰의 태도가 사건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9일 경찰에 붙잡힌 대전 30대 지체장애 여성 살해사건의 용의자 성홍용 사건의 경우도 협박이 실제 살인으로 이어진 케이스다.
성 씨는 10년 전 자신이 저지른 상해치사 사건 재판 당시, 이 여성이 증인으로 나선 것에 불만을 품어오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이 여성을 찾아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대전장애인여성연대 등에 따르면 특히 이 여성은 성 씨로부터 살해 협박 등을 당하면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신변보호 조치를 받지 못했다.
결국, 협박범죄에 대한 경찰의 안일한 대처가 한 여성의 목숨을 그대로 앗아가는 참혹한 보복범죄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잔인한 보복범죄 뒤에는 어김없이 잦은 협박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보복범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협박범죄에 대한 대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협박 관련 신고에 일일이 신변보호 등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사안의 정도가 심한 협박의 경우에는 신변보호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