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대전 서부경찰서 회의실에 장애여성 보복살해 피의자가 사용한 범행 도구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
범인은 과거 자기 아들은 물론, 한 장애인을 상대로 똑같은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돼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했다며 앙심품고 살해= 대전 서부경찰서는 9일 지체장애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성홍용(61)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성 씨는 지난 3일 오후 6시 20분경 서구 용문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지체장애인 A(38·여) 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다.
조사결과 성 씨는 2002년 자신이 돌보던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던 B(51) 씨가 말대답했다는 이유로 폭행해 살해했으며, 당시 함께 살던 A 씨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증인으로 나선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보복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 씨는 B 씨에 대한 상해치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고, 이후 2004년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이 확정돼 복역하다 2010년 출소했다.
성 씨는 출소 후 지난 9월 대전의 한 마트에서 A 씨와 우연히 만났고, 이후 A 씨를 상대로 재판 증언에 대해 언급하며 협박을 해오다 사건 당일 살인을 결심, 계획대로 행동으로 옮겼다.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성 씨는 그동안 20여 년 전 자녀와 함께 살던 충북 옥천에서 은둔생활을 했으며, 지난 8일 오후 4시경 한 버스정류장에 나타났다는 주민 신고로 경찰에 검거됐다.
△장애인 보호자에서 살인범으로= 성 씨는 20년 전인 1992년 충북 옥천에서 자신의 아들을 공기총으로 쏴 숨지게 한 전력이 있다. 성 씨는 당시 술에 취해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술주정을 부렸고, 자녀가 부엌으로 도망가자 공기총 3발을 발사해 당시 14살이던 둘째 아들을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도 지체장애 4급, 시각장애 6급의 장애인인 성 씨는 이번에 숨진 피해자 A 씨와는 15년 전인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서구 월평동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아왔다. 성 씨는 장애인 보호에 관심이 많았고, 이 시기에 A 씨와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던 B 씨도 자신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다.
당시 성 씨는 보조금을 받아 2명의 장애인을 돌봤다. 하지만 알코올의존증후군을 갖고 있던 성 씨는 불과 2년 만에 돌변했다.
술에 취하면 A 씨와 B 씨를 폭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 씨는 B 씨에게 둔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으며, A 씨가 B 씨의 살해 과정을 진술했고, 성 씨는 이에 앙심을 품어 복역 기간 내내 복수심에 불타 있었다.
△법원 솜방망이 처벌, 경찰 보호 요청도 도마위= 현재 지역 장애인단체는 이번 사건이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과 경찰의 보호활동 미흡으로 벌어진 참극임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 B 씨 상해치사 사건에서도 법원은 당시 성 씨가 술에 취했다는 이유 등으로 항소심에서 6년형(1심)을 4년 형으로 감면해 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범행에 비해 지나치게 약한 판결 때문에 재범행이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또 장애인단체는 A 씨가 성 씨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신변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비난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를 보복범죄로부터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했는지 면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물론, 경찰은 공개수사 전환 후 이른 시간에 범인을 검거했지만, A 씨의 신변보호 요청과 처리 과정에 대한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