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제천시지부의 저지로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가 제천지역에서 시도한 적십자회비 고지서 배부가 무산됐다. 전공노 충북본부가 적십자회비 모금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이후 충북 도내 첫 거부 사례다. 제천시지부의 회비 고지서 배부 저지로 전공노 충북본부에 가입하지 않은 충북도와 충주시, 보은군을 제외한 충북지역 10개 시·군 노조에서도 똑같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제천지구협의회는 4일 제천시청을 찾아 1t 트럭에 싣고 온 27상자 분량(지난해 1만 5000여 장 배부)의 적십자 회비 고지서를 배부하고 모금 협조를 부탁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 제천시지부가 가로막아 단 한장도 나눠주지 못했다.
노조는 배부 저지 이유에 대해 “충북지역본부의 지침인데다 공무원이 적십자사 회비 납부에 동원되는 것 자체가 기부금법 위반이라 고지서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고지서 배부를 놓고 노조원과 적십자사 봉사원이 의견 차를 보이면서 일부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적십자사 제천지구협의회의 한 봉사원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좋은 일에 공무원도 참여하자는 것인데, 가로막아 당황스럽고 놀랐다”며 “유독 충북에서만 기부금법을 운운하면서 문제가 있다고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적십자회비는 전액 충북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충북지사 운영에 쓰이고 있다”며 “공무원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힘이 닿는 데까지 봉사원들이 일일이 세대를 방문해 고지서를 배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공노 충북본부의 이같은 조직적인 모금 중단을 놓고, “너무한다”는 반응도 만만찮다. 공직내부에서조차도 성영용 회장의 고향인 제천시가 이렇게까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냐는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전공노 충북본부가 그동안 공무원이 동원됐던 관행을 깨려는 취지는 좋지만 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의 고향에서 너무 매정한 것 아니냐”며 “순수한 적십자사 회비의 모금 취지가 적십자사 회장 선출을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해 집단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전공노 충북지역본부는 지난달 27일 “관행처럼 이뤄졌던 적십자회비 모금에 나서지 않겠다”며 적십자사 충북지사의 업무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