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보다 사랑했던 딸이 잘못되면서 겪었던 아픔을 다른 어머니들에게는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최근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재정립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월 한 달 동안 대전지역에서 A(10·여) 양과 B(68·여) 씨 등 모두 3명의 뇌사자 장기기증이 이뤄졌다.

이들 가족들이 장기기증을 결정함에 따라 건양대병원을 비롯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전국에서 투병 중이던 만성신부전 6명, 간 질환 3명, 심장질환 2명, 췌장 1명, 안질환 1명 등 13명의 환자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장기이식 수술을 마쳤다.

A 양의 어머니 C 씨는 "우리 아이가 갑작스럽게 뇌사 상태에 빠지면서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내가 죽을 만큼 괴로웠고, 자식들을 걱정하는 다른 어머니들을 생각해보니 그 답은 장기기증이었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또 어머니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한 D 씨는 "천주교 신자이신 어머니는 평소에도 ‘자신이 죽게 되면 장기기증을 해 달라'고 했지만 자식된 입장에서 이 부분에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마지막으로 받드는 것도 자식의 도리'라는 아버지의 설득에 결국 장기기증을 결정했다"며 기증 사유를 밝혔다.

이들의 아름다운 희생은 모두 13명의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전달했고, 지역에 장기기증 확산을 위한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장기기증에 대한 맹목적 거부 의식은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할 과제다.

실제 4일 건양대병원 장기이식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7명에 불과했던 대전·충남지역 장기기증 사례는 지난해 28명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이달 현재 14명으로 지난해의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장기 적출건수도 지난 2010년 신장과 간장, 각막 등 모두 17건에서 지난해 96건으로 크게 늘었지만 올해의 경우 51건으로 1년 만에 급감했다.

이에 대해 건양대병원 박창일 원장은 "최근 뇌사자 장기기증 및 사후 인체조직 기증을 희망하는 분들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장기기증으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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