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만리포 일대에서 벌어진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건이 만 5년을 맞았다. 삼성·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건으로 서해안 일대 천혜의 자연 생태계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고 그 결과 바다에 의존해 살던 지역민들의 삶은 궁핍해 졌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정부와 정치권은 무기력한 대응을 보였고 삼성 역시 ‘강 건너 불구경식’의 태도로 지역 사회와 지역 생태계에 또 다른 상처를 입혔다.

5년이 지난 현재까지 피해민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를 위한 법·제도적인 정비도 부실하다.

피해민의 보상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정재판도 조만간 마무리되지만, 항소가 이어지면 실질적 보상이 언제 이뤄질지 기약할 수 없다. 또 삼성과 같이 언제라도 환경 대재앙을 유발할 수 있는 거대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물을 방법도 모호하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권이 기존 유류 특별법을 강화해 피해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삼성에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등 의미 있는 전환기를 맞았다.

충청투데이는 태안 기름유출 5년째를 맞아 그간의 상황을 정리하고 유류피해의 온전한 회복을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점검한다. 편집자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 삼성중공업 크레인선과 정박 중인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하며 서해안 일대가 검은 죽음으로 물들었다.

당시 허베이스피리트호에는 1만 2547㎘의 원유가 적재됐고 이 중 1만 900톤이 유출돼 충남과 전남·북에 걸친 해안선 375㎞를 오염시켰다.

이 사건으로 어선과 양식업, 맨손어업 등 수산분야 5만 7000건의 피해가 발생했고 음식과 숙박업 등 비수산 관광분야도 1만 5000건의 피해를 봤다.

이와 관련 사건 발생 당시 충남도는 종합상황실을 설치,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고 해양경찰청도 방제대책본부를 구축하고 긴급대응에 들어갔다. 정부 또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 6개 피해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지역 긴급생계안정자금 지원방안을 수립하는 등 발 빠른 대처를 보였다. 이어 국회는 2008년 2월 ‘삼성·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 지원 특별법’을 의결하고 피해복구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지역 사회와 피해민의 고통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수산업 종사자 대부분이 극심한 피해를 봤지만, 제때 피해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고 관광객 수도 급감해 숙박업 등 비수산업 종사자들도 큰 타격을 받은 탓이다.

실제 수협중앙회 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007년 태안군의 수산물 위판실적은 1만 4146톤에서 유류피해 발생 직후인 2008년에는 7782톤으로 급감했고 2011년에는 7354톤으로 더욱 감소했다.

관광객 수는 더욱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 2007년 태안을 찾은 방문객이 2088만 명이었지만, 2008년에는 485만 명으로 76%나 감소했다. 4년이 지난 2011년에도 방문객은 787만 명에 머물고 있어 회복할 기미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유류피해지역 주민 모두 중대질환 발병 우려가 높아 삶이 언제 파탄이 날지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처럼 피해민이 경제적·생태적 위협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보상은 5년이 지난 현재도 기약이 없다. 또 보상 절차가 완료됐다 해도 피해에 걸맞은 액수가 지급될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충남도에 따르면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에 청구된 피해건수는 2만 8951건에 피해액이 2조 7751억 2400만 원이지만, 사실상 국제기금이 인정한 것은 4800여 건 1800억여 원에 그칠 전망이다. 이를 놓고 대전법원 서산지원에서 조만간 최종 사정재판을 앞두고 있지만, 그동안 피해민들의 고통이 반감될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정종관 충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남은 관건은 사정재판으로, 이 결과에 따라 지역경제활성화 문제와 삼성의 지역발전기금 출연 문제도 영향을 받는다”며 “사정재판 결과가 피해민이 신뢰할 수 있는 근거로 이뤄져야 하며, 결과에 따라 탄력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gaemi@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