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선 선거전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조직을 총동원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특히 여야 후보의 국정운영 비전과 분야별 공약을 집대성한 정책 공약집도 아직도 ‘작업 중’이어서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년간 나라를 책임질 지도자를 선출하기에 앞서 유권자는 후보의 국정 운영 방향도 모른 채 투표장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2007년 17대 대선과 비교하더라도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각각 12월 7일 ‘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 ‘미연아, 행복하니’란 제목의 정책공약집을 동시에 발간한 바 있다.
이번 18대 대선 역시 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인쇄 작업도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 캠프 간 ‘눈치’를 살피며 공약집을 내놓기를 꺼리는 모습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단일화 등 각종 돌발 변수가 더해지면서 발간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려한 비전과 메시지만 난무할 뿐 공약다운 공약이 유권자에게 전달되지 않아 ‘깜깜이 대선’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투표율도 지난 17대 대선보다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여야 후보 캠프는 국정 운영 비전도 제시하지 않고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떼쓰는 격이다.
유권자 원종하(29·대전시 유성구) 씨는 “공약도 모른 채 나라 지도자를 뽑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차라리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더해지고 있지만, 여야 캠프는 뚜렷한 묘책이 없는 모양새이다. 새누리당은 400페이지에 이르는 공약집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인쇄 날짜는 여전히 ‘미정’이다.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는 “원고가 언제 넘어올지 모르겠다. 편집과 인쇄 등 절차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대선 10일 전후에 공약집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의 사정도 마찬가지로, 심상정 진보정의당 전 후보와 정책 연대를 추진함에 따라 공약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공약은 새누리당보다 발간이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진보정의당 정책을 살피는 데 시간이 촉박했던 게 사실"이라며 "지킬 수 있는 공약만 담기 위해 끝까지 신중함을 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공약집이) 예정보다 늦게 확정되면 도서 형태로 발간되기 전이라도 우선 당 홈페이지에 띄워 유권자들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