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양 모 씨는 내년에 아들이 다닐 유치원에 등록하려고 갔다가 깜짝 놀랐다. 해당 유치원이 수업료에 교재비, 차량운행비, 심지어 입학금까지 요구했기 때문이다. 양 씨는 "아이 하나 유치원 보내는 것이 마치 대학 보내는 것 처럼 부담스럽다. 매일 뉴스를 보면 정부의 지원 이야기만 보도되곤 하는데 정작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정부의 지원 확대와 누리과정 도입 등으로 유치원 입학을 원하는 원생, 학부모들이 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립 유치원들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공립 유치원은 증설하려고 해도 사립유치원들의 집단 반발과 압력 등으로 번번이 좌초됐고, 이는 결국 아이와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유치원 불법사례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그동안 만연했던 사립유치원의 불·탈법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과부는 최근 각 시·도교육청에 '2013학년도 유치원 입학 전형 관련 불법사례'를 파악해 보고해 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냈으며, △전형료 징수 △선착순 선발 △입학 전 입학금 징수 △선택권 제한(중복지원자 탈락 등) 등 4가지 항목을 불법사례로 명시하고, 적발과 함께 처벌 강화를 요청했다.
대전시교육청도 각 지역교육지원청에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전달하고, 내달까지 전수 조사를 통해 유치원 입학과 관련된 불·탈법 실태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와 교육청의 이번 지도·점검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지난 23일까지 대전지역 내 대부분의 유치원들이 2013학년도 원생 모집을 완료했고, 현행 유아교육법상 입학과 관련된 주요 내용이 대부분 원장 재량으로 규정돼 있어 행정처벌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자녀를 맡긴 학부모 입장에서 해당 유치원과 마찰을 피하고 싶다는 심리도 맞물려 있어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사립유치원의 이 같은 횡포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공립 유치원 증설이 시급한 과제"라며 "대전의 경우 내년에 34개 학급이 증설된다고 해도 수용률은 18%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10개 학급이 줄었기 때문에 실제 수용률은 16%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