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조차 위험하다 싶으면 그냥 무시하고 피하라고 합디다….”
최근 충남 아산에서 10대들을 훈계하던 50대 남성이 폭행을 당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주로 노인으로 구성된 방범순찰대원들과 아동안전지킴이들도 이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동네의 안전과 비행 청소년 선도 등의 역할을 하는 이들은 별다른 호신 장비 없이 담배를 피우거나 친구를 괴롭히는 등의 현장을 목격하고 문제 학생들을 상대하다 해코지나 위협을 당하는 일이 빈번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직접적으로 호신 장비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호신 장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대전시 동구의 한 동(洞)에서 방범순찰대원을 하고 있는 A 씨는 얼마 전 순찰을 돌다 봉변을 당할 뻔했다.
늦은 저녁시간, 여느 때처럼 인근 아파트 외곽지역을 순찰하던 A 씨는 어두운 한쪽 구석에서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계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학생들에게 다가간 A 씨는 “시간이 늦었으니 얼른 집에 들어가라”며 주의를 줬다.
하지만 순순히 말을 들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학생들은 반말과 욕설을 섞어가며 대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무리 중 몇몇은 주먹을 쥐어 보이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A 씨는 결국,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5~6명이 단체로 달려들 것처럼 협박하더라”며 “동료가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소리는 종종 들었지만, 실제로 그 상황을 겪고 나니 손과 발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곳곳에서 순찰 활동을 하는 방범대원들은 그 지역 사정에 밝은 어르신들과 청년들이 주로 그 역할을 맡고 있고 아동안전지킴이들도 전직 경찰관 출신인 경우회 또는 노인회 회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주로 2인 이상 짝을 지어 방범시설이 취약한 놀이터와 공원 등의 순찰 활동을 벌인다.
문제는 최근 학교폭력과 훈계를 했다는 이유로 10대들에게 봉변을 당하는 어른들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순찰 시 이들이 소지하는 장비는 간단한 야광봉과 호루라기 정도가 전부이다.
학생들의 탈선을 목격했을 때 이를 계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일부 대원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에게 봉변을 당할 뻔했다는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고, 그냥 모른 척 하는 게 상책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방범대원은 “과거에는 담배를 피우는 등 나쁜 짓을 하는 학생들이 호루라기를 불거나 야광봉이 보이면 대부분 도망치듯 자리를 떴지만, 요즘에는 겁을 먹지 않고 비웃기까지 한다”며 “적어도 대원들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기본적인 호신장비를 갖춰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