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간 단일화 TV 토론회를 지켜본 지역 정가 및 대학교수들은 답답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진지한 모습으로 사전에 합의된 규칙을 존중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양 후보 모두 자료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많다. ▶관련기사 3면

토론회를 지켜본 지역 대학교수들은 ‘고급포장지에 쌓인, 하지만 별맛이 없는 밋밋한 밀가루 과자를 먹는 느낌’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토론의 외양적인 모습을 갖췄지만, 실질적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내용은 별로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두 후보의 토론 태도 혹은 전략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였다”며 “토론의 목적은 단일화를 앞두고 국민의 선택을 돕기 위한 것인데, 이런 접근방식은 두 후보에게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두 후보가 후보단일화 이후를 염두에 두고 상대 후보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시도하지 않으면서 팽팽한 긴장감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A 교수는 “안철수 후보는 너무 진지했고 학구적이었다”며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지 못했고, 자신이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못했다. 대부분 질문이 길어 답변이 끝난 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가 상대방과의 토론이 아닌 TV 인터뷰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문 후보의 질문 선택 방법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B 교수는 “문 후보의 ‘2012년 우리나라에서 시대정신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새로운 체제와 정치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지도력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고 말했다.

단일화 및 정책과 관계없는 질문이었고, 말투는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대학생을 연상시켰다는 게 B 교수의 설명이다.

강병호 대전대 교수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경청한다는 것과 치열한 토론을 벌이며 대립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라며 “안 후보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경청하면서 치열함을 잃어버렸다. 치열함을 잃은 것이 토론의 밋밋함을 더했다”고 말했다.

SNS 상에서도 이런 아쉬움은 묻어났다. 시사평론가 유창선(@changseon) 씨는 트위터를 통해 “토론은 단일화 향방에 큰 영향을 못 준 듯하다”며 “토론을 통해 단일화 매듭으로 이어졌으면 했는데 계속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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