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술’ 소주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소주 업계는 원료인 주정값이 오르고 인건비와 물류비 등 경상비용이 매년 상승해 소주값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정부의 물가인상 억제 압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22일 하이트진로, 선양 등 소주 제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소주 원료인 주정(에탄올) 가격이 5.8% 가량 인상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주정값 인상에 물가 상승에 따른 각종 경상비 인상분까지 포함하면 경영상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주가격은 지난 2008년 5~6% 인상한 이후로 4년 가까이 단 한 차례도 오르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유가 인상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 등을 감안하면 소주 가격 인상의 당위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 측의 설명이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낸 보고서를 보면 “하이트진로의 3분기 소주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지만 막걸리 수출감소로 매출액은 8~9% 증가로 추정되며 영업이익은 인건비 증가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주정 가격이 지난 7월 5.6% 인상됐고 2008년 이후 소주값이 오르지 않아 소주 가격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소주 업체들은 불황인데다 소주값 인상에 따른 도미노 제품 가격 인상 등을 감안하면 가격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여기에 연말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는 것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가격을 인상해야 할 당위성은 충분하지만 아직은 고려치 않고 있다”며 “현재 영업이익 등의 큰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장기화될 경우 인상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가 인상을 자제하면서 지역 소주 업계 역시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소주 업체인 선양의 경우 2003년 이후 주정 가격이 6번 정도 올랐지만 소주값은 단 4차례 인상하는데 그쳤다. 게다가 주정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감은 시장 점유율이 적은 지역 제조업체일수록 크다는 점에서 가격 인상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선양 관계자는 “현재 주정이 전체 소주 원가의 13% 이상 차지하기 때문에 원료 값이 오르면 원가부담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관련 업계들은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데 모두 공감하지만 정부의 물가인상 억제 등도 있고 다른 제조사들도 인상을 자제하고 있어 독단적으로 인상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