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 ‘예약순찰제’가 단순한 이벤트성 경찰행정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예약순찰제는 농촌지역 및 시외지역에서 경조사 참석이나 단체외출 시 주민들의 예약을 받아 해당 시설이나 주택을 집중적으로 순찰하는 제도로 현재 천안 동남경찰서는 경찰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접수해 줄 것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친절한 경찰상 정립의 일환이라는 예약순찰제가 자칫 각종 사건사고의 책임을 경찰관에게 떠넘기는 악법으로 작용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나 효율성 면에서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예약순찰제의 취지대로라면 농촌지역 중 가축의 집단사육농장이나 특산물 관련 농가, 또는 일반주택의 주민이 예약순찰을 신청할 경우 경찰은 해당 시간대에 그 일대를 책임지고 순찰을 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 예약순찰을 신청한 시설이나 주택 등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해당 시간대에 순찰을 돌았던 경찰이 고스란히 떠 안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또 예약순찰제로 인해 공적인 치안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경찰이 일부 특정인을 위한 사적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시간과 인력을 허비해 본연의 업무보다 경비용역에 치우치게 되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천안지역의 경우 동남서와 서북서 모두 경찰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예약순찰제까지 업무가 가중되면 지역민에 대한 치안서비스는 결국 한계를 드러내게 될 것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실제 동남서와 서북서의 경우 지구대 및 각 부서마다 2~3명가량의 경찰 인력이 부족해 각종 범죄자 검거는 물론, 순찰 및 민원해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예약순찰제가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지역민들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번 예약순찰제는 경찰에게 사건사고의 책임을 합법적으로 전가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경찰은 불특정 다수인에 대해 균등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인 만큼 이번 제도는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김 모(40) 씨는 “지역민들이야 경찰이 자신의 집 앞에서 보초를 서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전체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할 때 예약순찰제의 효율성에 의문이 생긴다”며 “범죄취약 지역을 한 번 더 세심하게 순찰한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예약을 받아 책임순찰한다는 것은 경찰의 족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안=최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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