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히 흐르는 대전천을 끼고 보문산 동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 아래 펼쳐진 마을, 대전시 중구 석교동.

큰 바위로 다리를 놓았다고 해서 마을 이름도 석교(石橋)라고 불린다.

조선시대에 호남과 영남 사람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려면 반드시 이 돌다리를 건너야만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은행동, 대흥동 등 대전지역 원도심 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탓에 원도심이 흥성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거주했던 석교동은 원도심 쇠락과 함께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또 이 지역은 보문산 자락에 위치한 탓에 지난 1994년부터 고도제한구역으로 지정돼 개발 및 재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점차 낙후된 마을로 변해왔다.

서구 또는 유성구 일대 신도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석교동 일대의 오래된 주택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바로 도심 속 외딴섬’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봉소루에서 귀암사 남쪽, 보문산 방면으로 들어가는 골짜기에 위치한 가는골 등은 시골마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며 진정한 도심 속 외딴섬으로 남아있다.

◆석교동 돌다리에 얽힌 전설

조선 광해군 시절 형조참의 벼슬에 올랐던 남분붕이 봉소루를 짓고 이곳에서 후진을 양성하면서 살았다.

그는 틈틈이 낚시를 즐겼는데, 고기를 잡으면 다시 물 속에 넣어주곤 했다.

하루는 색깔이 유난히 고운 큰 잉어를 잡았는데 그 잉어를 물속에 넣어주자 잉어는 주위를 맴돌다가 물 속으로 사라졌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밤에 꿈을 꾸었는데 낮에 잡았다가 놓아준 잉어가 나타나 하는 말이 “이 강물에 변변한 다리가 없어서 여러 사람이 통행하기 어렵다. 여기에서 조금 내려가면 큰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로 다리를 놓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

다음날 남분붕은 잉어가 말한 곳에 가보니 길이 15자, 폭이 4자나 되는 돌이 있어 그것으로 다리를 놓으니 보기가 좋고 사람들의 통행에 불편을 덜어주는데 안성맞춤이었다.

이 돌다리로부터 석교라는 지명이 유래했다.

◆석교동은?

옥계동, 호동, 석교동 등 3개 법정동으로 이뤄진 행정동으로 대전 중구 동남부에 자리한 면적 4.39㎢의 마을이다.

석교동은 북쪽으로 대전천을 경계로 동구 천동과 맞닿아 있고 서쪽으로 보문산을 따라 부사동과 문창2동에 접해 있다.

석교동에는 1월 말 기준 7500세대, 2만 523명이 살고 있다. 이 중 61세 이상 노인은 3149명으로 전체 인구의 15.3%를 차지해 중구 평균 13.9%보다 다소 높다.

또 국민기초생활수급자는 540세대에 1114명으로 전체 인구 중 5.4%에 달해 대전시 평균 3%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가 많다는 것은 이 지역에 소외된 계층이 밀집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3일 석교동에서 만난 김 모(65·여) 씨는 “30년 넘게 이 동네에서 살았는데 별로 변한 것이 없다”며 “이 동네에 점점 돈 없고 나이든 사람들만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복지 대상자는 1758명으로 전체 인구의 8.6%, 등록장애인은 1178명으로 전체 인구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주민들의 숙원, 고도제한 해제 곧 현실화

옥계동 등 보문산 부근에 위치한 석교동 일부 지역은 지난 1994년 6월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제37조에 의거, 자연경관 보호와 인구과밀 방지 등을 목적으로 고도제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이 일대 건축물 높이가 5층(15m) 이하로 제한됐다.

이로 인해 고층건물이 들어서지 못하는 등 재개발에 난항을 겪으면서 이 지역은 점차 낙후된 곳으로 변했다.

최근 금강유역환경청이 지난해 대전시가 제출한 도시관리계획안에 조건부 동의라는 긍정적 의견을 제출하면서 지난 15년간 석교동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고도제한 해제는 오는 27일 현실화 될 예정이다.

인근 주민들은 지역 활성화를 기대하며 고도제한 해제를 반기고 있다.

김판금(61·여) 새마을부녀회장은 “그동안 고도제한으로 이 일대가 낙후되면서 지역주민이 이탈하는 등 점차 소외된 지역이 되고 말았다”며 “오랫동안 개발이 되지 않은 비좁은 도로 때문에 차량소통과 주차문제 등으로 주민들 사이에 싸움이 자주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온 고도제한 해제가 곧 실현된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도제한 해제와 재개발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도제한 해제 이후 재개발이 이뤄지면 세입자들이 아무런 생계 대책 없이 쫓겨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까 우려하는 것이다.

정백우 석교동장은 “고도제한 해제로 지역이 발전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강제철거로 세입자들이 쫓겨나면 제 2의 용산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무분별한 재개발로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신중히 검토한 뒤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끝>

천수봉 기자 da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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