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지난 12일부터 충남도 산하기관 및 자치단체와 도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사무감사를 하고 있지만, ‘수박 겉핥기’ 식 감사로 빈축을 사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도의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든 탓도 있지만, ‘준비 소홀’이란 고질병이 근본적 원인이란 비판이 많다. 충남도와 산하기관, 도 교육청이 도의회에 제출한 감사자료는 상임위원회별로 수천 쪽에 이른다.
하지만 도의원들의 요구한 감사자료에는 정부 감사 지적에 따른 조치 현황, 각종 사업의 추진 집행 내용 등 매년 반복적으로 요구되는 ‘단골 주제’들로 가득 차 있다. 일부 의원은 도를 견제하겠다는 근본적 취지를 잃어버린 지 오래됐고, 의원들의 안건 제출 요구에서도 날카로움은 찾아보기 어렵다. 질문 수준도 정확하게 현황을 파악하고 주도면밀하게 질문을 해야 하지만, 오히려 피감기관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감사인지 도정질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솜방망이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행정자치위원회는 19일 도 기획관리실 감사에서 출연기관 등 예산 집행 현황과 직원 채용 근거에 대해서만 추궁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소요했다. 농수산경제위원회도 도 농업기술원 등 감사에서 도가 추진 중인 3농혁신 성공과 농업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선 현실적 기술지원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감사에 그쳤다.
문화복지위원회는 남부장애인복지관 감사에서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한 노력을 당부하는 등 덕담 감사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다. 농수산경제위원회도 서해안 유류 피해본부에 대한 감사에서 실질적인 피해보상 방안을 제시하기보단 이미 국정감사 때 나열된 삼성의 지역발전기금 출연에만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감사 시기에 국회의원들이 감사에 앞서 언론 보도자료를 내는 것과 달리 도의원은 감사 당일까지도 주요 질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도 부실 행감의 원인으로 꼽힌다. 도에게 업무보고를 받은 뒤 즉흥적으로 질의하는 습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도 한 공무원은 “도의원들이 자료를 제대로 읽지도 않는 것 같다”며 “긴장은 하지만, 행정감사가 요식행위란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A 도의원은 “의원들이 행감을 앞두고 전혀 견제 의식이 없다”며 “이런 구태의연한 의원들 모습에 공무원들도 행감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