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열리는 18대 대통령 선거가 정확히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관련기사 3·4·21면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흐름은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구태정치와 낡은 계파정치에 실망한 국민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4·11 총선을 통해 정치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등 유력 대선 후보들도 이런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찌감치 정치쇄신과 경제민주화, 민생 등을 최우선 약속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대선을 30일 앞둔 시점에서 볼 때 대선 후보들은 애초 약속과 달리 구태 행보를 되풀이하고 있는 양상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모든 대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버렸다. 야권은 단일화가 이번 대선의 최대 목표가 됐고, 여권은 이에 맞서 다시 전통 지지·보수층 결집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후보의 자격이나 공약 검증은 슬쩍 사라져 버렸다. 더욱이 단일화 시점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단일화가 늦어질수록 국민은 후보에 대한 제대로 된 비교·검증조차 못 한 채 투표장에 갈 공산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력 후보 3명 모두 명확한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는 찔끔찔끔 공약을 흘리는 정도로 제시할 뿐 종합적인 공약 발표를 꺼린다.

박 후보와 문 후보 측에선 경쟁 후보에게서 핵심 공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최근 공약집을 발표했지만, 문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공약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각 후보의 10대 공약과 목표와 이행절차·기간 등을 간략히 올려놓았지만, 가장 중요한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선 추후 발표나 낭비성·중복성 예산 삭감·조정 등으로 슬쩍 넘어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대선에선 후보 간 TV 토론회나 정책토론회 등을 볼 수 없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측에선 TV 토론회를 열자고 주장하지만, 박근혜 후보 측에서 거부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문-안 단일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토론회에 참여하면 2대 1로 싸우는 꼴”이라며 “단일화를 한 후 야권 후보가 결정되면 토론회에 참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단일화 시기가 오는 25~26일 후보등록일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지만, 결국 ‘깜깜이 선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학 전공 교수 등 전문가들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점차 힘겨루기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기 투표처럼 변하는 양상이고, 박근혜 후보는 다시 전통 지지·보수층 결집에 주력하는 모습”이라며 “이전의 선거에서 봐 왔던 감성·계파·편가르기 정치로 회귀하는 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후보들의 이런 모습은 결국 정치권이 국민에게 후보에 관한 판단을 못하게 한 채 투표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며 “선거 분위기가 아니라 3차례의 대선후보 TV 토론회(내달 4일과 10일, 16일)와 공보물 등 확정된 자료를 통해 후보의 역량을 자세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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