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출연기관장 후임 인사를 한 달 여 앞두고 퇴직공무원의 정년연장 수단으로 쓰이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한 고위공직자는 민선5기 시행정 부실의 주역으로 꼽히고 있는 참모부재론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어서 임명여부에 따라 자질론 시비를 초래할 우려를 낳고 있다. 만약 시중의 소문대로 출연기관장에 임명할 경우 임기 말을 앞둔 한범덕 시장에게 큰 악재로 작용될 가능성이 커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8일 청주시에 따르면 시 출연기관인 청주시시설관리공단은 3년 임기를 마치는 주영설 이사장의 후임을 뽑기 위해 현재 공모절차를 진행중이며, 오는 20일까지 지원자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이어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김동관 사무총장의 임기도 이달 말 끝나 후임인사 진행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벌써부터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일부 고위공직자들이 유력후보군으로 입에 오르내리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들 출연기관의 기관장을 임명할 때는 공모를 통한 외부전문가 영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반면 유능한 인재 영입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를 들어 해당 출연기관장의 임기와 퇴직 잔여기간이 비슷한 고위 공무원 가운데 적임자를 임명함으로써 청내 인사적체 해소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실제 시설공단의 경우 지난 2000년 설립 이후 전문경영인이 이사장이 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으며, 시장 선거 캠프 인사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무원 출신이 임용됐다. 문화산업진흥재단 역시 고위공직자 출신이 그동안 사무총장직을 도맡아 해온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공단의 경영부실을 개선할 전문경영인과 역량있는 문화예술계 민간 전문가가 채용돼야 한다는 외부 요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특정 고위공직자의 이름이 거론되다 보니 온갖 잡음이 일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이번 후임인사에 거론되는 인물들 중 상당수는 출연기관장의 임기보다 퇴직 잔여기간이 적어 인사적체 해소 효과도 현격히 떨어지는 까닭에 청내 직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당장 반재홍, 이철희 서기관이 다음 달 장기교육을 마치고 복귀하는 데 자리가 없고, 국장급 중에 연말 공로연수 대상자가 없어 인사적체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로연수까지 6개월~1년이 남은 현 국장급 공무원을 출연기관장으로 임명할 경우 당장의 인사적체 현상을 해소할 수는 있겠으나 이들의 정년을 1~2년 연장해줌으로써 이후 또다시 인사적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물론 특혜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청주시의회 박상인 의원은 "서기관급 공무원들이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는 것이라면 출연기관장의 임기와 본인의 잔여임기를 맞춰 명예퇴직한 뒤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며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해 인사적체로 인한 일선 공무원들의 사기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연기관장직이 정년연장 수단으로 인식되다 보니 자연스레 자질론 또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퇴직공무원은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한 서기관은 주무국장 재임시절 참모부재론의 중심에서 시행정 부실의 원인제공자로 지목됐던 인물인데다 최근엔 한직으로 옮겨 근무시간에 개인취미활동을 하러 다닌다는 소문까지 무성하다"며 "이처럼 도덕성이나 능력면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출연기관장으로 가 정년연장을 보장받는다면 일선 공무원들의 실망감이 더욱 클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