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한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주택 지붕개량사업 공사비를 부풀려 수천만 원의 보조금 등을 가로챈 건축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해당 지자체 공무원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져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농가주택 지붕개량 사업과 관련, 공사면적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지자체 보조금과 주민 부담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건축업자 A(65)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충남 금산군 금산읍 중도리 B(75) 씨의 주택 지붕 공사를 맡아 진행하던 중 실제 개량 면적 133㎡를 162㎡로 부풀려 허위 정산서류를 청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모두 25가구에서 주민 부담금과 군 보조금 2000여만 원을 부당 취득한 혐의다.

조사결과 A 씨는 2007년부터 이 사업에 참여해 그동안 530여 가구의 공사에 참여했으며, 경찰이 직접 수사한 109가구 가운데 측량 오차를 제외한 25가구에서 허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가주택 지붕개량공사는 주민이 쾌적하고 안전한 곳에서 살아가도록 시행되는 사업으로, 군 보조금(60%)과 주민 부담금(40%) 형식으로 공사비용이 지급된다.

문제는 해당 지자체인 금산군청이 사업시행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일부 지붕개량공사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고 창고로 쓰이는 폐가에 시행되는 등 사업신청과 승인 과정이 허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담당 공무원의 경우 A 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없고, 수백 개에 달하는 사업을 혼자 도맡아 점검해야 하는 사정 등을 고려해 근무태만 정도로 지자체에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노세호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A 씨는 사업 신청자들이 대부분 고령의 노인이라 지붕개량 면적을 잘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쉽게 공사대금을 부풀릴 수 있었다”며 “다른 공사업체에 대해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부정 수급된 보조금은 지자체를 통해 환수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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