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워진 날씨에 감기가 걸린 직장인 송모(27) 씨는 얼마 전 동네 약국을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의 유효기간이 지나 약을 받을 수 없다는 약사의 설명을 듣게 된 것. 송 씨가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의 유효기간은 치료 당일.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국을 바로 찾지 못했던 송 씨는 결국 다시 병원을 찾아 재발급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지역 병원들이 진료 후 환자들에게 발행하는 처방전의 유효기간이 제각각 인 것으로 나타나 시민들이 투약시기를 놓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일부 개인 병·의원들의 경우 유효기간이 당일인 처방전을 발급하는 경우가 빈번해 개인사정 등으로 기간을 넘긴 환자들은 동일 처방전을 재발급 받아야 하는 등 시간적, 경제적 이중고를 겪고 있다. 13일 충북대병원 등에 따르면 지역 종합병원이나 준 종합병원의 경우 평균 3~7일 정도의 유효기간을 둔 처방전을 환자들에게 발급하고 있다.

의약품 오용을 막기 위한 사용기간을 정해두고 기간 내 처방을 받도록 해 환자들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반면 지역 소아청소년과 등 개인 병원의 경우 처방전 사용기한이 1~2일 안팎으로 한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13일 청주시 흥덕구 A 소아청소년병원의 경우 환자 진료 후 발급되는 처방전의 유효기간은 1일이었다. 같은 날 상당구 B 내과의 처방전 유효기간은 진료 당일로 자칫 유효기간을 확인하지 않은 환자들은 영락없이 병원을 재방문해야 한다.

특히 병원과 약국이 인접해 있거나 한 건물에 들어선 일부 병의원의 경우는 처방전 사용기한을 대부분 1일로 한정시켜 환자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같은 불편은 약국도 마찬가지여서 사용기한을 넘긴 환자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거나 병원에 문의 후 약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환자들은 처방전에 사용 유효기한이 있는 사실 조차 몰라 투약시기를 미루다 약국을 찾지만 낭패를 보고 해당 병원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하며 처방전을 재발급받는 일이 빈번하다.

시민 양모(55·여) 씨는 “얼마 전에 시내 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급한 일로 약국에 들르지 못하고 다음날 동네 약국에 갔더니 처방전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약을 받지 못했다”며 “일부 병원들이 당일로 유효기간을 정하는 것은 환자의 불편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충북약사회 관계자는 “일부 병의원들이 발행하는 처방전의 유효기간이 일률적이지 않고 환자들 대부분이 유효기간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약국에서 잦은 시비가 일어난다”며 “처방전 발급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청주 상당·흥덕보건소에 따르면 현행의료법상 처방전 유효기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는 상태로 전국보건소가 이용하는 공공보건프로그램에 의거 통상 1주일의 사용기간을 권장하고 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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