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를 둘러싼 여야 간의 공방전이 점입가경이다. 내년도 관련 예산 대폭 삭감 우려에 대한 책임론이 대선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국책사업 부지매입비마저 대전시더러 부담하라고 등을 떠미는 형국이다. 지역 최대 현안사업이 공전을 면치 못하게 됐으니 지역 민심이 사나워질 만도 하다. 과학벨트 사업을 당초 목표대로 추진할건지 정부-여당의 의지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
논란의 단초는 여당과 정부 측에서 먼저 제공했다. 과학벨트 부지매입비와 관련, "(대전시에서) 할 수 있는 한도에서 능력껏 하고 나머지는 국가가 지원해야한다"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지난 13일 발언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그러잖아도 지난 2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지방정부의 부담이 없는 한 과학벨트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던 터라 박 후보의 발언 배경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지역 시민단체가 나서서 정부 여당을 성토하고 나섰다. 과학벨트 사업이 우리나라의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국책사업이라는 점이 핵심 포인트다. 그럼에도 이를 지방정부 부담으로 전가한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대전시도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논란에 대해 "정치공세용 여론 몰이"라고 일축하고 나섰으나 이미 커진 불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거기에는 정부의 일관된 흐름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과학벨트 기본계획에 들어 있는 '기초과학(연)과 중이온가속기 부지매입비는 거점지구 개발사업 시행자·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라는 문구를 빌미로 2000억 원 이상을 대전시가 부담할 것을 요구해왔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 편성과정에서 교과부가 요구한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700억 원을 삭감해버린 것도 바로 이러한 인식에서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교과위에서 부지 매입비 700억원이 반영됐다고 하지만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작년에도 교과위에서 여야 합의로 1460억 원을 증액시켰지만 그 결과는 100억원 증액에 그친 바 있다.
어떤 형태로든 박 후보가 명확하게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 박 후보는 지난달 8일 카이스트에서 열렸던 과학기술인 간담회에서도 과학벨트 성공 추진을 약속하면서도 부지매입비 논란에 대해선 어정쩡한 입장을 보였었다. 이번엔 국회 예결위에서 이를 꼭 관철시킬 수 있을 건지 정부와 여당의 의지와 역량을 특히 주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