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대학을 졸업한 A(28) 씨는 사회생활에 부푼 꿈을 안고 한 보험회사에 설계사로 취업했다.
하지만 취업의 기쁨도 잠시, A 씨는 보험설계사로 일한 지 4개월 만에 도망치듯 일을 그만뒀다.
계약 실적에 대한 압박과 허위보험을 만들어 수백만 원의 실적 수당을 미리 받은 뒤 이를 되갚으라는 강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실적에 대한 압박도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무엇보다 허위보험에 가입하라는 사측의 요구가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취업난이 날로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들의 잇속 차리기 행태가 취업준비생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은 취업을 미끼로 고수익을 약속하며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들을 보험설계사로 모집한 뒤 허위보험을 만들고 보험금 납부 등 불법 행위까지 요구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피해자들에 따르면 최근 생명보험사 설계사 중 대학졸업자 비율이 20% 가까이 육박하면서 실적 압박에 따른 허위보험 가입 뒤 보험금 납부 등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취업난이 가중될수록 대학졸업자들의 설계사 비율은 점점 높아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
그만큼 대학생들이 보험설계사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보험설계사로 취업한 모든 대학졸업생들이 보험금 대납 등 이 같은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졸업자들의 설계사가 되는 비율이 높아질 수록 일부에서는 그 피해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졸업자들이 설계사가 됐을 때 보험사의 인력 운용이다. 초보 보험설계사인 이들에게 실적을 강요하고 이를 견디지 못한 설계사들이 회사를 나가면 바로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이 계속되다 보니 일회성 인력운용이 반복되고 있다.
취업에 부푼 꿈을 안고 보험설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대학졸업자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인 셈이다. 보험설계사 일에 뛰어든 대학졸업자들에게 고수익을 미끼로 하는 보험사 측의 허위보험 가입 요구도 문제다.
일부 보험사 측은 보험영업이 처음인 이들에게 이미 계약을 해지한 고객 명의의 허위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실적수당을 준 뒤 이를 수개월에 걸쳐 대납하면 목돈을 쥘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수백만~수천만 원의 수당을 한 번에 손에 쥔 초보 설계사들이 매달 수십만~수백만 원의 보험료를 감당하기에는 그만큼 무리가 따른다. 이른바 자신이 팔 물건을 직접 사게 되는 다단계 영업에서나 볼 수 있는 영업 방식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보험료 대납은 엄연한 과징금 부과 대상이지만, 적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