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일선 고등학교 교사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대학입시제도가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을 또 다시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상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입학사정관제에 수시 1·2차, 정시 모집 등 세분화된 입시 전형에 논술 및 자기소개서 작성까지 요구하면서 건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액 컨설팅이 지방까지 확산되고 있다.
또 올해 수능은 예년과 달리 까다롭게 출제되면서 정시 지원보다는 남은 수시 기회를 활용하려는 수험생들이 늘어나고 있고, 내년부터는 수능체제가 개편되면서 사교육 시장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14일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가, 일선 고등학교 등에 따르면 올해 203개 4년제 대학이 발표한 수시모집 전형의 유형은 모두 3200여 개로 대학마다 평균 16가지 방식을 갖고, 신입생을 선발한다.
여기에 각 대학마다 학생부와 논술, 면접, 수능 등 4개 평가 요소의 반영비율이 제각각이고,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경력 서류까지 수험생들이 모두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일선 고교 교사들은 "극도로 세분화된 대학입시로 인해 학생별 유리한 전형과 필요한 전략을 체계적으로 조언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1차적으로 담임교사가 전문 상담교사와 함께 진학지도를 담당하고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춘 1:1 맞춤식 지도는 이론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A고교 상담교사는 "대부분의 공립고가 진학지도와 관련 대교협의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학교 상담에 의존하지 않고, 고액 컨설팅업체에 의뢰하는 학생·학부모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복잡한 대학별 전형과정을 설명, 컨설팅하고 있는 사교육 업체들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한 학원 관계자는 "학원은 소수 인원을 관리하기 때문에 각 개별 학생의 장단점을 파악, 세분화된 입시전략을 짤 수 있지만 학교는 실질적으로 이 같은 지도가 힘들다"면서 "무엇보다 학교는 학년별 담임이 바뀌면서 학생들의 진학지도에 오히려 혼선만 초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자율이라는 미명 아래 도입된 현행 대학입시제도가 고액의 입시컨설팅을 부채질하면서 '돈=명문대 입학'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학생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 관련 전문가들은 "더 좋은 대학을 가고 싶어하는 수험생의 심정을 악용해 학원가의 고액 컨설팅이나 족집게 입시과외 등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현 대학입시제도는 전형료 장사를 통해 추가 부수입을 올리고 있는 대학과 학원 종사자들만 배불리는 등 폐단이 적지 않다"며 대입 제도개선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