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인천 한 물류창고 화재 당시 순직한 고 김영수 소방경의 죽음을 계기로 일선 소방관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화재 출동·진압 중 부상을 입는 소방관들이 매년 줄을 잇고 있는 반면 제때 이뤄지지 않는 공상 처리는 지역 소방관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1년 반 공무상 부상 치료비 3분의 1 ‘자부담’
청주동부소방서 박석기 소방관은 지난 2010년 12월 30일의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한다. 당시 구조대에서 근무하던 박 소방관은 이날 오후 6시 30분경 상당구 내덕동 다세대주택 화재가 발생했다는 지령을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도착 당시 이미 건물 2층 내부를 집어삼킨 화마는 맹렬한 기세로 3층을 향하고 있어 접근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때 3층에서 다급한 구조 요청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처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한 중국인 유학생이 구조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화염을 뚫고 3층에 진입한 박 소방관과 구조대원들은 연기를 마신 채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중국인 남성을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사이 불길은 박 씨의 코앞까지 도달했고 창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한 그에게 돌아온 결과는 끔찍했다. 추락 당시 충격으로 25개의 치아가 파손됐고 무릎과 발목을 포함한 다리뼈 대부분이 복합골절상을 당했다.
20시간이 넘는 대 수술을 받은 뒤 지난 6월까지 1년 반의 병원 치료를 받은 그에게 돌아온 것은 2300여만 원의 병원 치료비였다. 6800여만 원의 치료비 가운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통해 지원받은 금액은 4500여만 원. 당시 소방공무원이 된지 2년이 채 안된 박 소방교에게 수천만 원의 치료비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고 길어진 치료 기간에 결혼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생사 넘나드는 격무, 처우는 제자리
지난 2년(2010~2012)동안 충북지역에서 발생한 공상 소방공무원은 10명. 대부분 화재 현장 또는 인명구조작업 중 발생한 순직 또는 부상 등으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심의를 걸쳐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업무 도중 순직할 경우 자동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 경찰·군인과 달리 소방관들의 경우 소방공무원법에 따라 ‘화재진압, 구조·구급 또는 이와 관련된 업무’로 국가유공자 기준이 한정돼있다. 또 고유 업무 중 순직하더라도 업무와 순직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연유로 지난 몇 년 동안 전국적으로 순직한 소방관 14명 가운데 단 1명만이 소송을 통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여기에 업무 중 부상을 당한 경우에는 더더욱 국가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내부규정에 따라 공상 항목별로 지정된 금액과 지정된 업무 재해 유형 외에는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목숨을 담보로 공무를 수행하는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도 언제나 지적되는 사항이다.
현재 지급되고 있는 위험수당은 10여년 전 책정된 5만 원. 지난해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근무여건 개선의 일환으로 인상 움직임이 있었지만 흐지부지 된지 오래다. 충북 소방의 경우 종전 2교대 근무가 아닌 전면 3교대 근무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타 지역의 경우 수당이 줄어드는 3교대 근무를 꺼려하는 소방관이 있을 정도다.
한 소방관계자는 “가장 빈번한 부상인 구조물에 의한 손가락 부상 등의 경우는 대부분 공상처리가 되지 않는다”며 “업무 중 부상을 당한 대원들에 대해서 가급적 최대한 빨리 공상을 인정,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덜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