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줄 거예요.”

8일 이른 아침 7시 08분 경, 대전시 동구 가오동 제24 대입수학능력시험장인 대전맹학교 교문에 첫 수험생이 등장했다.

다른 고사장에 비해 후배들의 화려한 응원전도, 선생님들의 배웅은 없었지만 그래도 교문을 지나는 수험생들의 눈빛은 살아있다. 시각, 청각, 지체 장애를 겪고 있는 특별관리대상 장애학생들 30명이 인생에 있어 중요한 관문인 수능시험을 치르기 위해 속속들이 입실했다.

시각과 움직임의 제약이 있는 장애학생들에 대한 대전맹학교 수능관리본부의 배려로 이들은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8시 15분까지 열 두시간의 대장정 수능을 치른다. 일반 학생들의 1.5배 시험시간이다. 이번 수험생 중에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한 학생도 있었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김승훈(19) 군이다.

김 군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문제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배로 소요되지만 한번 손에 잡힌 문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억척스러움을 보이며 수능을 준비해 왔고 기초를 탄탄히 다져왔다.

김 군의 담임 김대환(34) 교사는 “승훈(가명)이 뿐만이 아니라 다른 제자들도 오늘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며 “모두가 긴장하지 말고 시험에 임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보다 더욱 긴장하며 애타는 이들이 또 있다. 바로 장애학생들의 ‘부모들’.

딸에게 포옹이라는 기(氣)를 전하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먹을 도시락을 건네며 “우리아들 잘 할 수 있지?”를 연신 물어보기도 했다.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자녀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엄마, 아빠가 밖에서 응원하고 있을테니 걱정말고 최선을 다해!”라는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지체장애를 안고 있는 이정식(19·가명) 군의 아버지 이성문(47·유성구 노은동) 씨는 “저보다 아내가 더욱 고생했지만 무엇보다도 아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철주야 노력했다”며 “결과를 떠나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맘껏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학생들은 부모와 교사들의 걱정을 뒤로한 채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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