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점점 따뜻해지고 있지만 홀로 살아가고 있는 독거노인들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춥다.

독거노인 대부분이 한 달에 수십만 원 정도의 기초생활수급만으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지만, 이보다 더욱 힘든 것은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아야 하는 두려움이다.

실제로 지난 23일 오후 6시경, 대전 서구 도마동에서 혼자 살던 이 모(73·여)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낮 시간에 밖에 출입도 안하고 인기척도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웃주민이 방문을 열어보니 이 씨가 방 안에서 숨진 것이다.

또 지난달 18일에도 대덕구 법동에서 송 모(72·여) 씨가 집 안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가족 없이 살아가던 송 씨는 동사무소 복지담당자가 월 1회 방문해 쌀 등을 전달해주었는데, 이날도 담당자가 쌀을 전달하러 집을 방문했지만 인기척이 없어 문을 열어보니 송 씨가 숨진 채 누워있었다.

만일 이웃주민이나 복지담당자가 이들의 가정을 방문하지 않았으면 누구도 이들의 죽음을 알지 못한 채 오랜기간 방치됐을 것이다.

24일 동구 정동 쪽방촌 거리에서 만난 70대 초반의 이 모 씨는 지난 며칠간 혼자 방에서 앓아오다 최근 기력을 되찾고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쐬러 나왔다.

며칠 앓는 동안 끼니를 잘 챙기지 못한 탓에 얼굴은 많이 야윈 이 씨는 깊은 한숨을 쉬며 “자식들은 다 떠나고 이곳에서 혼자 산지가 10여 년이 넘었다”며 “언제 삶의 끈을 놓을지 모르는데 혼자 떠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대전지역의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지난해 말 현재 1만 5177명. 전체 노인 11만 9200명 가운데 12.7%에 달하는 노인들이 쓸쓸한 황혼을 보내고 있다. 물론 이들 중에 함께 살지는 못하지만 가족들의 도움을 받으며 사는 경우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자녀들과 동떨어져 홀로 사는 독거노인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폐지수집 등으로 연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다.

하루 종일 골목골목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폐품을 모아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고작 수천 원. 폐지수집으로 받은 돈으로 밥 한 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독거노인은 굶기를 밥 먹듯이 하거나 몸이 아파도 병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다. 변변한 약이나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앓아누워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독거노인들은 배고픔과 외로움 그리고 질병의 고통을 호소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불현듯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다. 독거노인들이 바라는 것은 단지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회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다.

사회복지사, 경찰, 소방서, 각급 기관 등에서 독거노인들을 위해 나름대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는 역부족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많은 수의 독거노인들이 생활고로 힘들어하지만 더욱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외로움”이라며 “자원봉사자나 사회복지사가 각 가정을 방문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다 보살피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scorpius7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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