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충북적십자사 강당에서 열린 2012 연차대회에서 성영용 회장이 우수 공로자 시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뒷편의 서덕모 충북도 정무부지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공개적 사과할 일은 아니다. 도지사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면 개인적으로 만나 대화로 풀고 싶다.”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발생한 충북도와 충북적십자사(이하 충북 한적) 갈등에 대해 대화를 통한 갈등봉합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오후 충북 한적은 지사 강당에서 2012 연차대회를 가졌다. 행사를 앞두고 충북 한적 안팎으로는 성영용 회장이 대회 인사말을 통해 회장 선출 과정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던 충북도에 사과를 표명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당연직 상임위원직 거절 등 양 기관의 지루한 감정싸움이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도 같은 연유다. 충북도 또한 충북 한적과의 갈등이 불거진 이후 2개월여 만에 서덕모 정무부지사를 참석시키는 등 충북 한적의 ‘항복 선언’을 예상했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이날 성 회장의 기념사에는 충북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적십자를 아끼고 후원해주시는 다수 유관기관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 한다”는 발언이 이를 대신했다.

또 지역 청소년들의 봉사활동을 돕는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에 대한 감사 발언이 이어졌다. 예상과 다른 상황에 이시종 지사를 대신해 참석한 서 부지사는 행사가 끝난 뒤 급히 행사장을 떠났다. 행사 시작 전 의례적인 티타임은 없었고 성 회장과 서 부지사는 짧은 악수만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사실 이날 충북 한적 실무진들은 인사말에 도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으나 성 회장이 이를 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양 기관의 ‘화해 무드’가 다시 냉각기로 접어들면서 오히려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성 회장은 이번 갈등에 대해 다른 견해를 내놨다. 성 회장은 전화통화를 통해 “적십자 본연의 의무인 취약계층 복지와 나눔 활동이 더 중요하고 감정싸움이 아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대화를 통한 갈등 봉합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과 발언은 애초 계획에 없었다”며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공식석상이 아닌 개인적으로 만나 갈등의 실타래를 풀고 싶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9월 성 회장 취임식 이후 이 지사와 성 회장의 공식적인 만남은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수차례 면담을 요청한 충북 한적 측에 도는 단 한번도 관계 개선의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여전히 충북 한적은 이 지사와의 만남을 요청하고 있으나 충북도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역 대다수의 인사들도 충북 한적 측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충북적십자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적십자 내부에서도 가장 큰 행사인 연차대회에서 조직의 자존심을 구기는 말은 한다는 것은 상식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 지역의 상징적인 기관장으로서 당사자 간의 갈등을 수면 위로 노출시킬 필요까지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성 회장 선출이 위법행위가 아님에도 굳이 사과 발언까지 필요하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충북 한적 한 관계자는 “양 기관의 권위와 업무가 다르고 매끄럽지 못했던 선출과정이지만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라며 “도 지사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면 감정싸움이 아닌 직접 만나 대화를 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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