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업도시 내 골프장 조성 사업이 본격 추진되는 가운데 자칫 잘못하면 ‘기업도시’가 ‘골프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국제금융 위기 등으로 5년여 동안 표류해 온 기업도시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사업 전반에 대한 밑그림이 다시 그려져야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골프장 조성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특히 충남 서북부권이 수도권에 인접한 지리적 요인과 각종 신도시 개발이 진행되는 이점이 있어 골프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이는 만큼, 이번 골프장 착공이 단순 골프 수요를 충족하는 데 머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충남도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태안 기업도시 내 골프장 조성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고 밝혔다.
골프장은 142만 2000㎡에 사업비 523억 원이 투자돼 36홀 규모로 내년 말까지 건설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도 36홀 규모의 골프장 추가 조성이 검토되고 있고 일부 콘도 등도 내년 말 완공될 전망으로, 그동안 표류해 온 태안 기업도시 사업 추진에 물꼬가 트일 것이란 게 도의 설명이다.
하지만 단지 골프장이 착공에 들어갔다 해서 태안 기업도시 조성 사업이 본격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경기침체를 비롯해 내수 건설경기 불황 등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줬던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당초 사업주체였던 현대건설을 현대차그룹이 인수해 사업 주도권이 미묘하게 변경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기존 사업을 그대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이렇다 할 확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골프장 착공이 곧바로 기업도시 조성으로 연결되는 것은 다소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또 최근 서산 A지구를 비롯해 태안 지포지구, 태안·안면 꽃지지구, 태안 기업도시 등 서산과 태안 일대에 골프장 9곳이 신규로 조성되거나 계획 중에 있어 이번 골프장 조성 사업은 단지 골프 수요 충족의 일환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 측 관계자는 “현재는 기존 사업 계획을 그대로 갖고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더는 사업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골프장이라도 우선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골프장을 우선 건설하는 것은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토지를 개발할 수 있는 이점이 크다”면서 “골프장 조성은 기업도시에 필요한 다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태안 기업도시는 총면적 1464만㎡ 부지 위에 약 9조 원(현대 2조 6600억 원, 외자 6조 3400억 원)을 투입해 골프장(108홀)과 리조트, 첨단복합단지, 테마파크, 국제비지니스단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4년까지 부지조성을 완료하고 2020년까지 모든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박재현 기자 gaemi@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