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가 금강 수질 개선을 위해 공주보와 백제보를 개방할 것인지, 가뭄에 대비해 수문을 닫을 것인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금강 본류에서 물고기 떼죽음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과 관련 보 개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가뭄대비 용수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4일 충남도에 따르면 최근 금강 본류에서 물고기 10만여 마리 이상(지역 시민단체 집계)이 떼죽음 당한 것과 관련 도 산하 자문단체인 금강비전위원회가 공주·백제보의 수문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집단 폐사한 물고기 대부분이 저층에 서식하는 것으로, (보설치에 따라) 강바닥에 오염된 침전물이 퇴적해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났다는 게 비전위의 주장이다.

따라서 강바닥에 쌓인 퇴적토가 오염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공주·백제보를 개방해 퇴적토를 흘려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도가 가뭄대비 용수개발 지원을 정부에 건의한 상황에서 보 개방을 강력히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6월 영상회의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남 가뭄극복을 위한 지원을 건의했다. 4대강 사업으로 설치한 공주·백제보에 취수시설을 설치해 가뭄 취약 지역인 서북부 지역으로 물을 공급하자는 게 지원 요청의 골자다.

도의 건의 내용을 보면, 공주보에는 540억 원을 들여 취수시설과 예당호까지 연결되는 25㎞의 송수관을 설치하고 하루 8만 6000㎥의 물을 공급, 홍성과 당진, 예산 등 6917㏊ 지역에 용수를 제공할 방침이다.

백제보에는 390억 원을 투자해 보령댐까지 연결되는 22㎞의 송수관을 설치, 하루 8만 6000㎥의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백제보 다목적 용수공급 시설이 조성되면 서해안에 위치한 3개의 화력발전소와 보령과 서천 일대의 농지 1만 5064㏊가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받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도가 보 개방을 전면으로 내세우면, 정부가 이를 명분으로 가뭄대비 지원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는 가뭄이 예상되는 일정 기간에는 보를 막고 그 이외의 기간은 보를 개방하는 등 합리적인 보 운영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이 끝난 후 물관리에 대한 메뉴얼이 없는 만큼, 가뭄과 생태계 보호를 위한 합리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gaemi@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