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추락과 침체를 거듭하는 경기불황으로 그동안 하도급 업계에서 금기시됐던 ‘공사중단’까지 감행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대형 원도급업체의 공사발주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하도급 업체가 공사를 중단하고 관련 계약해지를 강행할 경우 그동안 지속했던 원·하도급 관계 자체가 붕괴돼 하도급 업계에선 여하한 경우에도 이런 결정을 금기해 왔다.

일단 공사를 맡은 하도급업체가 ‘공사중단’ 결정을 내리고 계약관계를 해지할 경우 양측의 신뢰관계가 무너져 더 이상의 관계유지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파생되는 피해도 고스란히 하도급업체가 떠안게 되는 셈이어서 공사중단 결정은 하도급업체의 자살(?) 행위로까지 비춰지고 있다.

최근 건설·부동산 경기침체에 시장 전망조차 불투명해지면서 하도급 업체가 생존을 건 도박을 강요받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불가분의 공생·상생관계로 비유되는 건설업계의 원·하도급 관계도 한계점으로 치닫고 있는 생존경쟁 앞에서는 무색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공사중단 관련 법적 제반사항이나 업체가 받게 되는 불이익, 중단 절차 등에 대한 상담과 문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 공사중단은 개별 계약관계이기 때문에 당장 통계 수치로 제시할 수는 없지만 사례를 찾기 힘들었던 하도급업체의 공사중단이 경기불황으로 인해 잇따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 대전지역 한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대(代)를 이어 30여 년간 대형 원도급 건설사인 K사와 원·하도급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더 이상 채산을 맞출 수 없다는 판단아래 일시에 모든 사업장에서 K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극단의 처방을 내리고 새로운 판로개척에 나섰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오죽하면 지역 건설업계가 공인하는 든든한 원도급 업체에 등을 돌렸겠냐”며 “유수의 대형 건설업체를 상대하는 업체도 이 정도인데 자잘한 원도급업체는 말할 필요도 없다”고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정부에서 일률적으로 적용한 ‘10% 절감’ 정책으로 대형건설사들도 쥐어짜기에 내몰린데다 최저가 무한 수주경쟁의 피해가 하도급업체의 머리 위에 직격탄으로 떨어져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없는 이들 하도급업체의 무모한(?) 반란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자 지역 대형 건설업체도 하도급 계약 시 최저가로 입찰에 나선 하도급업체와 선듯 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됐다. 공사를 맡은 하도급 업체가 끝까지 공사를 책임지지 못할 경우 파생되는 피해를 감안해 저가 입찰 외에도 다각적인 검토가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된 것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불황으로 인해 원·하도급 관계가 작년 하반기부터 더 이상의 기대도 믿음도 없는 관계로 변질되면서 사활을 걸고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토로했다.

황의장 기자 tpr1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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