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원안사수 과정에서의 여야 역할론이 충북지역 대선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0년 원안이냐, 수정안이냐를 놓고 긴 줄다리기 끝에 원안가결이 되는 과정에서 각 정당의 역할을 놓고 대선후보들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세종시 문제의 정쟁화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발언에서 불거졌다.

문 후보는 지난 17일 충북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 "세종시 문제로 충청도민은 삭발을 하고 민주당 당원들은 거리에서 서명을 받았다. (민주당과 충북도민이) 간신히 막아 놓았는데 박근혜 후보는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놓고 자기가 세종시를 지킨 것처럼 말한다"고 비판했다.

이후 박 후보가 지난 21일 천안독립기념관에서 "내가 세종시를 지킬동안 야당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반박하자, 민주당 선대위 진성준 대변인은 같은 날 "2010년 여야 합의로 세종시법을 처리하려는 순간에 나타나 반대 한 번 한 것이 숟가락 하나 얹은 게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재반박했다. 양측의 설전이 오고가자 새누리당 충북도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 23일 박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선대위 소속 당직자들은 이날 오전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과 문 후보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흑색선전의 유혹에 빠져 충북도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문 후보의 발언은 팩트(사실)에 관한 무지의 소산이며 충북인을 얕잡아보는 가벼운 인식수준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 후보가 세종시를 지키기 위해 정치생명을 걸고 싸울 때 문 후보는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대답해야 한다"면서 "또 문 후보는 충북도민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이제부터라도 충북발전의 대안을 제시하며 정책선거에 동참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충북도당도 즉각 반박성명을 내 "세종시의 역사성은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인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로부터 시작되며, 문재인 후보는 그 핵심에 있었던 사람이다. 이것이 세종시의 역사성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시절 세종시 건설을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여론에 떠밀려 말 한마디 한 것으로 세종시를 지켜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500만 충청도민이 세종시 사수투쟁을 할 때 새누리당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느냐"고 덧붙였다.

이튿날인 24일 새누리당이 재차 민주당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성명을 내 “박 후보는 한나라당은 물론 새누리당 시절에도 단 한 번 세종시 건설에 반대하거나 미온적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며 “오히려 세종시 건설은 충청도민과 국민에게 한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의 수정 방침을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도당은 “2009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박 후보가 '원안 플러스 알파'를 고수하며 정치생명을 걸고 싸워 세종시를 지켜낸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그런데도 문 후보와 민주당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때 마다 충북을 비롯한 충청지역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당선된 만큼 새로운 의제로 떠오른 세종시 역할론을 놓고 여야간 대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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