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태안 군청에서 국회 태안유류피해대책특위와 국토부·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 충남도 정무부지사, 지역주민 대표 등이 모여 보상 대책 간담회를 가졌다. 태안군 제공  
 

25일 낮 12시 충남 태안 군청. 국회 태안 유류피해대책특별 위원회 위원들과 국토해양부·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 권희태 충남도 정무부지사, 지역 주민 대표 등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검은 재앙’이 태안 앞바다를 뒤덮은 지 5년이 흘렀지만, 실질적인 보상 대책과 수준이 미흡해 현장에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이다.

대형 참사는 2007년 12월 7일 만리포 앞바다에서 하역을 기다리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를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크레인이 들이받아 원유 1만 900톤이 바다로 쏟아지면서 비롯됐다. 순식간에 청정했던 태안 해안은 시커먼 원유로 가득 덮여 끔찍한 상황이 연출됐다. 해안 70.1㎞와 해수욕장 15곳, 섬 지역 23곳이 검게 물들었다.

5년이 흐른 지금. 겉보기엔 사고의 상처가 완전히 치유된 것처럼 보이지만, 갯벌 바닥이나 바위, 지역민의 가슴엔 아직도 많은 상처가 남아 있다. 연 평균 2000만여 명이 찾는 관광객도 사고 이후 700만여 명으로 급격히 줄었다는 게 피해주민의 목소리다. 그렇다 보니 먹고 살 길마저 막막해 지역민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지역민은 이미 생활고에 찌든지 오래됐지만, 이곳을 떠날 수 없다. 평생을 바다와 동고동락하며 삶 일부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급기야 4명의 지역민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안일한 대처, 가해자인 삼성 측의 무성의, 보상체계의 모순으로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홍문표 특위 위원장은 “4명의 지역민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것을 생각하면 목이 멘다”면서 “유류 피해 이후 진행된 현황과 정부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정책을 꼼꼼히 살펴볼 예정이다.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국응복 태안군 유류피해 연합회장은 “정부는 유류 피해민 자립기반 보호를 위해 2년 내 대보상을 완료하겠다고 단언했지만, 현실은 참담하다”며 “5년이 지났지만, 국제기금의 사정은 끝나지 않고 있다. 피해민 간 갈등만 조장, 신뢰마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 보상이 언제, 얼마나 이뤄질지 모른다는 것이 태안 주민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이미 조사결과 피해 사정이 99.7% 완료됐고,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의 보상액은 전체 청구액 2조 8538억 원 대비 6.3%(1798억 원)에 불과하다.

문승일 유류피해총연합회 사무국장은 “현재 법원에서 채권조사와 사정 재판을 앞두고 있다. 피해 금액이 확정되더라도 기금 측에서 100% 소송을 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행 제도로는 당장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며 “위원들의 특별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종권 서산시 연합회장도 “이 사고로 양식장 820곳 1만 5039㏊와 육상 종묘시설 81곳 248㏊가 오염됐고 피해신고만 5만 5000건에 이르렀다”며 “관광객의 발길마저 끊어지며 일반음식점 4067곳과 콘도 및 숙박업소 1092곳이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특위 간사를 맡은 김태흠 의원은 “겉으로 보기엔 태안 바다가 원상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바위틈이나 절벽 등에는 아직도 기름띠가 그대로 남아 있어 완벽한 원상회복은 요원한 상태”라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민의 고통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

주변에서 식당을 20여 년간 운영한 박모(56) 씨는 “주변 횟집들이 예년 같으면 점심시간에 북적북적했으나 기름유출 사고 이후 한산하기만 하다”며 “기름유출 사고 이미지 때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홍문표, 김태흠, 김동완, 양승조, 김춘진, 박수현, 박완주, 손인춘, 함진규, 성완종 의원과 권희태 도 정무부지사, 국토해양부·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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