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한파가 학생들의 재수 의지마저 꺾었다.

어려웠던 수능으로 인해 올해 재수생들이 대거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잇따랐지만 개강을 앞둔 재수학원은 급격히 줄어든 수강생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실제로 대전지역 인문계 고교들도 학생들이 안정권 대학으로의 하향지원을 선택해 재수를 선택한 학생이 급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재수정규반 모집을 마감한 대전 둔산동 재수전문 제일학원.

대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접수창구는 지난달 모집을 시작한 이래 내내 한산했다. 수강생 비율이 예년보다 30% 가까이 줄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연규남 원장은 “일부 서울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빼면 재수생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재수를 하지 않고 안정권 대학에 들어가거나 아예 대입을 포기하고 취업시장에 뛰어들려고 하더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재수반을 개강한 서구의 대전대학학원도 마찬가지.

수능의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도 현상유지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모집을 시작하니 수강생은 30~40%가 줄었다.

학원 관계자는 “경제가 어렵다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재수생뿐 아니라 3, 4수생도 거의 없어 운영상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이 학원가에 재수생 ‘품귀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학생들이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재수보다 는 안정권 대학으로 진학한 후 원하는 대학으로 편입하는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

대전고의 윤 길 진학상담교사는 “우리 학교의 경우 재수를 선택한 졸업생들이 지난해에 비해 50% 정도 줄었다”며 “예전처럼 1년 동안 길게 재수를 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다보니 반수나 편입을 노리는 학생들이 많아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재수생이 줄어드는 것과는 반대로 교대입학을 준비하는 ‘늦깎이’ 대입준비생은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다시 교대입학을 준비하거나 직장을 다니다 교대진학을 위해 학원에 등록하는 학생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

대전대학학원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교대진학반에 등록하는 직장인들이 최근 들어 증가했다”며 “어려운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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